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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아파트 단지. 대우건설 제공


지난 23일 경기 과천시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무실에 앉아 있던 공인중개사 A씨는 “손님이 없어 졸고 있었다”며 눈을 비볐다. 지난달엔 하루 평균 20통씩 쏟아지던 문의 전화가 이달 들어 1~2통 수준으로 줄더니 최근엔 아예 벨이 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3월 24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재지정된 지 한 달이 흘렀다. 당초 ‘풍선효과’ 수혜 지역으로 꼽혔던 과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뜻밖에 차분했다. ‘토허제 재지정 풍선효과’를 노린 과천의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였으나 매수 문의는 뚝 끊겼고, 거래량은 급감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토허제 풍선효과보다 규제 여파가 컸다”고 했다. ‘강남 옆세권’과 재건축으로 신고가 기록을 세운 아파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은 높지만 급격한 거래량 위축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과천시 아파트 거래량은 눈에 띌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135건, 지난달 131건에서 이달 11건(지난 24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1~2월 강남 3구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과천도 같이 올랐으나 강남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매수자들 사이에 과천의 가격이 더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과천 별양동 공인중개사 B씨는 “신고 전 거래까지 고려해도 이달 거래량이 전달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과천 부림동의 공인중개사 C씨는 “매도인들은 풍선효과를 예상해 호가를 올리고, 매수인들은 지금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싼 매물만 찾는 동상이몽만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은 거래량만 보면 냉랭하지만 숫자를 보면 여전히 뜨겁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4월 둘째주와 셋째주 과천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0.35%, 0.28%로 전국 시·군·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4.42%로, 과천이 서울 강남 3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강남 일대의 상승 폭이 줄어든 반면 과천은 상승 폭이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지정 시행 직전(3월 넷째주) 과천의 매매가 상승률은 0.68%로 서울 송파(0.79%)보다 낮았으나 4월 셋째주에는 0.28%로 송파(0.18%)를 4주 연속 앞질렀다. 올초 이후로 과천에선 동일면적 대비 신고가를 새로 쓰는 아파트들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과 가깝고, 재건축이 활발한 과천의 특성이 적게나마 꾸준한 수요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천은 강남의 대체 주거지라는 점에서 외부 수요가 높다”며 “과천 주공 8·9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이 잇따르며 내부 수요도 탄탄해 가격 상승세가 지지됐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매수 문의가 몇 없지만, 그중 대부분은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알짜’”라면서 “정권 교체 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를 서두르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선 거래가 지금처럼 계속 줄면 가격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인중개사 A씨는 “벌써 2~3주째 호가만 뛰고 거래는 없는 강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매도인도 가격을 더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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