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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한 정치부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 국민의힘도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자 토론의 ‘진짜 주인공’도 한덕수였다. 모든 후보가 그와의 단일화를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쿠데타 실패로 탄핵당한 정권의 2인자가 대선에 도전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행의 대행’에게 대선 관리를 맡기고 선수로 뛰겠다는 발상이다. 한덕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지난 4일 “차기 대선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12·3 불법계엄 이후 내란 세력에게 이성과 상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불출마를 점쳤다. 그의 과거를 근거로 들었다. 평생 양지만 쫓아다닌 그가 어차피 질 선거에 왜 나오냐는 것이다. 지금의 한덕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는 현재 양지는 고사하고 음지를 피해야 하는 처지다. 차기 정부에서 특검이 발동되면 그는 수사의 우선순위로 꼽힌다. 위헌으로 판명 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도 고발됐다.

한덕수의 출마는 결국 국가를 위해서도, 보수 진영을 위해서도, 이재명 정부 탄생 저지를 위해서도 아닐 것이다. 생존형 선택일 뿐이다. 보신만을 위해 평생을 달려온 한덕수 삶의 궤적을 보면 출마가 일관성을 띤다.

그런 그가 출마하면 경쟁력이 있을까. 일부 보수 인사들이 찬탄하는 한덕수의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서울대 상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하버드대 석박사를 땄다. 통상교섭본부장,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한국무역협회 회장, 주미대사, 국무총리 등 열거하기도 숨 가쁜 이력을 지녔다. 5개 보수·진보 정부를 넘나들며 기용됐다.

그에 대해선 실무에 능하고, 조율 능력이 탁월하며, 합리적이라는 식의 두루뭉술한 평가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그가 무슨 성과를 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상 수장으로서, 재무 수장으로서, 행정부 2인자로서 한덕수가 내세울 만한 공적은 무엇인가. 한덕수 하면 떠오르는 구체적인 업적은 별로 없다. 대통령의 쿠데타를 막지 못한 총리의 능력을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증명된 것은 노회한 줄타기를 하며 자리를 차지하는 능력이 아닐까. 한덕수에겐 권력 향방에만 민감한 처세의 달인이란 평가도 따라붙었다. 특히 ‘후흑’은 인정할 만하다. 내란 정권 2인자인데도 연일 청년과 미래, 통합을 외치며 전국을 돌고 있다.

반면 관료로서 한덕수의 실책은 뚜렷하다. 그는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 재직 시절 중국과 마늘 협상을 했다가 이 문제로 2002년 7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서 사실상 경질됐다. 2003년부터 중국산 마늘 수입이 완전 자유화한다는 이면 합의를 숨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통상 전문가라는 그가 보인 태도도 의아하다. 협상에서 ‘을’인 한국이 시간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한덕수는 “신속 협상”을 언급하며 협상 레버리지를 걷어찼다. 정부 내에서도 그의 속도전을 우려한다. 한 통상 전문가의 평가는 신랄하다. “한덕수의 협상 방식은 전략을 갖고 ‘밀당’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비위를 맞춘 후 그들이 좋아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식이다.”

한덕수의 능력은 모호한 반면 그의 위헌·위법은 명확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지난해 12월26일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둘러댔다.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윤석열 측근이자 내란 혐의 피의자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했다.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라는 그럴듯하지도 않은 사유도 내세웠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6일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능력도, 명분도 부족한 한덕수의 대선 출마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뻔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의 출마를 권한다. 그간의 삶, 특히 불법계엄 국면에서 한덕수가 보여준 행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명확히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내란 대행’ 꼬리표에 대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기회다. 한덕수, 그러니 제발 출마하시라.

강병한 정치부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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