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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마지막 콘서트
'열여덟 순정' '동백 아가씨' 등 총 8곡 열창해
"은퇴라는 말 괴롭지만... 후배 사랑 부탁해"
가수 이미자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를 하고 있다. 쇼당이엔티 제공


“가수 생활을 오래하면서 고난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팬 여러분께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그 은혜에 감읍하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외엔 더 보탤 게 없습니다.”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84)는 66년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무대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든넷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의 절창에 관객들은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6,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의 마지막 콘서트 ‘전통 가요 헌정 공연 – 맥을 이음’이 열렸다. 2회 공연 총 6,000석이 전석 매진됐다. 첫날 공연에서 그는 지춘희 패션 디자이너가 만들어 줬다는 살구색 재킷과 치마를 입고 등장해 ‘노래는 나의 인생’을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김용빈, 정서주와 함께 불렀다. 1989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곡이다.

이미자는 이번 공연에 ‘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불러온 전통가요에 헌정하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후배들은 무대를 떠나는 선배의 곡을 부르며 이 공연이 이미자 헌정 무대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2시간여 공연에서 이미자는 홀로 마이크를 든 5곡을 비롯해 총 8곡을 열창했다.

가수 이미자(맨 가운데)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후배 가수 조항조(왼쪽부터), 주현미, 정서주, 김용빈과 함께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쇼당이엔티 제공


이미자는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도 신곡 발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공연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롭습니다. 은퇴라고 해놓고 TV에 나오면 ‘은퇴해 놓고 화면에 또 나오네’ 하는 말을 듣게 되잖아요. TV에 나와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해줄 수도 있고, 후배 공연에 찬조 출연을 해서 한 곡이라도 부를 수도 있고요.”

이미자는 이날 공연에서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비롯해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 ‘동백 아가씨’ 등을 불렀다. 1964년 발표한 ‘동백 아가씨’는 그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곡이지만 20여 년간 금지곡으로 묶여 그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 곡의 인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아팠던 기억만 난다”면서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 생각밖에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수 이미자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를 하고 있다. 쇼당이엔티 제공


1959년 열여덟 나이에 데뷔해 66년간 노래한 이미자는 일제 지배와 전쟁의 상흔을 딛고 다시 일어서던 때, 시대의 정서를 노래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500여 장의 음반을 통해 2,000곡 이상을 발표했다. 2023년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1989년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공연하며 물꼬를 트기도 했다.

이미자는 66년의 가수 인생을 되돌아보며 유난히 고난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전통가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후배 가수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섬마을 선생님’을 후배 가수들과 부르며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동백 아가씨’가 가요 프로그램에서 35주간 1등을 했어도 저는 소외감으로 쭉 보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트로트를 하는 가수들은 참 외롭고 힘듭니다. 애절한 마음으로 부르지 않으면 대중에게 호소할 수 없기 때문이죠. 후배들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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