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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내부서도 “흥행 됐을지 몰라도 품격 없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사흘에 걸친 국민의힘 2차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가 막을 내리고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국민의힘 안에서 “토론회를 볼수록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27일 나왔다. 정책·비전 경쟁은 없고, 후보들의 상호 비방과 자극적인 막말만 넘쳐나 “흥행은 됐을지 몰라도 품격이 없다”는 것이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반헌법적 행동을 해서 치르는 거니, 사과를 전제로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비전을 가진 후보를 낸다’는 걸 진정성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토론회가 연예대상을 뽑는 쇼처럼 진행되니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며 “이대로 민주당이 승리하게 둘 수는 없는데 우리 당 경선에서 찍을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들의 평가도 대체로 박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조폭이 나와 서로 두들겨 패는, 항상 똑같은 내용의 질 낮은 개그 코드가 반복되는 범죄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토론회에서) 비상계엄도, 탄핵도 희화화돼버렸다. 엄중한 선거라는 점에 비춰보면, 후보들이 집권 여당으로서 반성과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모두 참여한 4인 토론회가 끝난 뒤 국민의힘이 보도자료를 내어 “(후보들이)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고, ‘에이아이(AI) 먼데이의 후보별 악플’ 질문 코너 등에 “(후보들이) 정면 돌파하며 유쾌한 대응으로 현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자평한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이다.

이는 후보들이 토론회 내내 막말을 동원해 서로를 깎아내리고, 말꼬리 잡기 식의 트집으로 감정 섞인 신경전을 거칠게 벌인 탓이 크다. 가령, 홍준표·한동훈 후보는 이틀에 걸쳐 ‘90도 절하기’ 공방을 펼쳤다. 25일 홍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고 한 후보를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자, 한 후보는 “시중에서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하는 건 아나.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 아부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되쳤다. 이어 홍 후보는 지난해 12월4일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 후보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일을 거론하며 “(한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아닌) 한 후보가 본회의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나. 들어가서 이재명과 손잡고 웃고 떠들던데, 여당 대표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왜곡이다. 그런 사진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26일 토론회에 한 후보의 사진을 여러 장 가져와 제시했다. 그는 “이건 이재명한테 90도 절하는 사진이고 이건 윤석열한테 90도 절하는 사진. 이건 김정숙한테 절하는 사진”이라며 “답변 필요없고, 사진이 없다 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한 후보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후보들 사이의 존중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동훈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지적에 “상상력이 뛰어나시다” “제 말씀을 이해 못하고 있다” “마음대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공약대로) 메가폴리스 5개 만들면 한 후보를 업고 다니겠다”는 김문수 후보에게 “절 업고 다니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비아냥대기 일쑤였다. 말실수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사도 집요하게 따졌다. 한 후보는 25일 홍 후보가 “사사건건 깐족대고 사사건건 시비거는 당대표(한 후보)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라고 하자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썼던 여러 폄하·막말이 깐족”이라고 되받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한 후보를 공격할 때 ‘전문가’ 역할로 다른 후보의 도움을 구했다. 김 후보는 2년 안에 5대 메가폴리스를 육성하겠다는 한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 26일 토론회에서 대구시장·경남지사를 지낸 홍 후보와, 경기 성남시 판교를 지역구로 둔 안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 홍 후보는 “(한 후보가) 행정을 알고 한 거냐”, 안 후보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자리 잡는 데만 10년이 걸렸다”며 김 후보에 동조했다. 25일 토론회 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두고 한 후보와 설전을 벌인 홍 후보는 26일 안 후보에게 “어제 토론하다가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한 게 있는데, 한 후보한테 (안 후보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탄핵의 강’을 여전히 건너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나머지 세 후보에게 ‘윤 전 대통령 파면 관련 사과 의향이 있나’ 묻자 한 후보만 “국민께 사과드린다. 겪어선 안될 일을 겪게 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하고 탄핵돼 파면되는 과정에 민주당의 줄탄핵, 특검, 예산 삭감이 있었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홍 후보도 “제가 최종 후보가 되면 (사과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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