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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26,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콘서트를 끝으로 공연 개최 및 음반 발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 쇼당이엔티
“공연 준비에 온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연습도 하고 리허설도 다를 것 없이 합니다.”

66년간 국민가수로 살아온 이미자(83)는 마지막 콘서트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을 몇 주 앞두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지막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는 “은퇴는 아니다. 후배들이 필요하다면 찬조공연도 가능하고 나중에 TV에 나와 조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자는 준비해온 대로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변함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사실은 감기가 걸렸다. 계속 콧물이 난다”고 말했으나, 흔들림 없는 고음을 내지르고, 노래에 맞춰 감정선을 표현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공연은 27일까지 2회차로 마련돼 총 6000석이 전석 매진됐다.
가수 이미자는 66년간 560여 장의 앨범과 2600여곡을 발매했다. 공연에선 후배들과 히트곡 메들리를 들려줬다. 사진 쇼당이엔티

서울 관악구에서 온 김영현(77), 신순분(74) 부부는 처음으로 이미자 공연을 보러 왔다. 김 씨는 “아내가 한이 서린 목소리의 이미자를 평소 좋아해서 같이 오게 됐다. 앞으로는 본인 공연을 안 한다고 하니 아쉽다”고 했다.

이선배(91) 씨는 2010년 같은 곳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미자 공연을 찾았다. “군 제대를 했던 1959년에 이미자가 데뷔했다. 그때부터 노래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고, 산업 일꾼으로서 일할 때도 노동요 삼아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고 이미자에 얽힌 추억을 털어놨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66년간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동백아가씨’는 음반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 35주 연속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다.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본인 이름을 건 마지막 콘서트에서 열창 중인 이미자. 사진 쇼당이엔티



“전통가요 지키는 건 외로운 일”
첫날 무대에서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등장한 이미자는 135분의 러닝타임을 후배 가수들과 채웠다. 주현미·조항조·TV조선 ‘미스터 트롯3’ 우승자 김용빈·TV조선 ‘미스 트롯3’ 우승자 정서주가 함께 했다. 지휘자 김철수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에 안기승 악단까지 30개의 악기가 이들의 노래를 뒷받침했다.
가수 이미자(가운데)는 후배가수 조항조, 주현미에게 ″전통가요를 잘 이어달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주현미·조항조·김용빈·정서주는 이미자 헌정 무대로 열기를 이어갔다. ‘아씨’,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여로’, ‘눈물이 진주라면’, ‘황포돛대’, ‘아네모네’, ‘빙점’ 등이 울려펴졌다. 스크린엔 이미자의 옛날 활동 모습이 흑백 사진으로 흘러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미자는 무대에서 “66년 가수 인생은 외로웠고 고달팠다”고 밝혔다. 또 “콘서트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혼자 마무리를 하려고 했으나, 좋은 기회로 후배들과 인사할 수 있게 됐다. 내 이름을 건 콘서트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전통가요의 맥은 주현미, 조항조 그리고 꼬마들(정서주, 김용빈)이 잘 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이미자가 생각하는 전통가요는 시대를 반영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음악이다. “지금은 비트가 빠른 트로트가 많지만, 전통적으로는 가사 중심의 따분한 노래다. 히트곡 ‘동백 아가씨’로 1위를 오랜 시간 했어도 스스로는 소외감을 느낀 것이, 애절한 마음으로 항상 불렀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도 전통가요를 지키는 건 외로울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1966년 발표된 ‘섬마을 선생님’ LP를 들고 있는 젊은 시절 이미자의 모습. [중앙포토]



“응원해준 팬들에 제일 감사해”
공연 후반부는 일제시대부터 분단 이후의 아픔을 담은 전통가요 메들리로 이어졌다. 조항조가 1928년 이애리수 원곡 ‘황성옛터’를, 주현미가 ‘귀국선’(1949)을 불렀다. 정서주는 ‘해방된 역마차’(1948)로 분위기를 이어받았고, 김용빈이 ‘전선야곡’(1951)을 노래했다. 이어 이미자와 후배들이 ‘가거라 삼팔선’(1948)을 함께 부른 후,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동백 아가씨’로 시대의 아픔과 위로를 오롯이 담아냈다.
왼쪽부터 조항조, 주현미, 이미자, 정서주, 김용빈. 사진 쇼당이엔티

이미자는 직접 고른 히트곡 ‘열아홉 순정’,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 무대도 펼쳤다. 공연 진행자인 황수경 아나운서에 따르면 이미자는 “‘열아홉 순정’을 부를 때마다 19세의 픗픗함을 잘 전해야 해서 민망한 기분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날 무대에서도 이미자는 이마를 짚으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마지막곡으로는 2009년 발매한 데뷔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불렀다. ‘외롭고 고달픈 인생길이었지만 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었다’라는 이미자의 인생을 노랫말로 표현한 곡이다. 이미자는 “사실 50주년 노래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신경써 만들었던 내 인생 곡”이라고 소개했다.

팬들에게는 “오늘 이렇게 훌륭한 공연이 가능했던 건 팬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너무 감사하고 은혜를 많이 입고 끝난다는 생각이다. 감사외에는 더는 보탤 말이 없다”이라며 인사했다.
이미자는 "콘서트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내 공연은 안 하지만 후배 공연에 찬조 무대로 오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진 쇼당이엔티

주현미는 울컥하며 “선생님의 노래 인생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 전통가요를 잘 이어달라는 말씀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조항조는 “마지막 공연이란 말에 가장 먼저 슬픈 감정이 들었다. 이어 전통가요를 이을 적임자로 나를 선택해주셨다는 것에 2등처럼 살던 내가 1등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앙코르에서는 후배들과 ‘섬마을 선생님’을 합창했다. 전광판엔 이미자의 진심 어린 메시지가 흘렀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늘 떨리고 설렜습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이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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