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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K팝 위기론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2년 4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언젠가부터 ‘케이(K)팝 위기론’이 슬슬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K팝을 오래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꿈쩍도 하지 않을 소리다. 명절 잔소리에 가까운 추임새로, K팝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래, 위기가 아닌 때를 꼽는 게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다. 다만 아예 근거가 없진 않다. 특히 지금까지 K팝 성공의 가장 신뢰할 만한 근거 자료였던 차트 성적과 음반 판매량에서 보이는 둔화세가 뚜렷하다.

'K팝 음반 1억 장 시대' 꺾여



우선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부터 살펴보자. 2020년대 들어 BTS와 블랙핑크 두 그룹을 중심으로 좋은 기록을 만들어온 K팝은 2023년에는 뉴진스, 트와이스, 피프티피프티, 2024년에는 르세라핌, 아일릿, 스트레이 키즈 등의 새로운 이름을 함께 올렸다. 작년 말에는 올해까지도 역주행 중인 로제의 대 히트곡 '아파트'가 터지기도 했다. 아직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조금 야박한가 싶지만, 올해 핫 100에 이름을 올린 K팝 가수는 BTS와 블랙핑크 멤버들뿐이다.

그룹 블랙핑크가 2023년 9월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 투어 '본 핑크'(BORN PINK)의 서울 피날레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팝 음반 판매량은 하락세가 좀 더 선명하다. 서클 차트 통계에 따르면 연간 음반 판매량 1억1,578만 장으로 2023년 열렸던 ‘1억 장 시대’는 아쉽게도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24년 연간 음반 판매량은 9,328만장, 전년 대비 19.4%가 감소했다. 음반 판매량 100만 장을 기준으로 한 ‘밀리언셀러’도 2023년 26팀에서 2024년 24팀으로 소폭 감소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 K팝 기준 인기 유무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해 온 음반 판매량과 직결된 이슈였기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K팝 음반 판매량은 확실히 위기에 봉착했다는 정도다. 흔히 말하듯 코로나 시기 일시적이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 구조와 남다른 팬덤 화력 외에도 하나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성적을 위해, 구매량에 따른 줄 세우기식 추첨으로 운영되는 팬 이벤트에 당첨되기 위해 듣지도 않는 음반을 사재기하는 그릇된 사랑이 세계적으로 퍼지는 걸 알면서도 ‘K팝의 성공’을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비-아이돌 팝 키우고 K팝 저변 넓혀야

밴드 웨이브 투 어스. 웨이비 제공


BTS나 블랙핑크가 컴백해 총 매출만 늘어나면 성장인가. 지난 수년간 끝없이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보며 성장의 기쁨만큼 공고해지는 기형적 산업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은 이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어쩌면 이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치킨 게임이 이제야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위기’란 결국 무엇을 성공과 성장으로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K팝의 경우, 음반 판매량은 흔들렸지만 공연 매출은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이브는 2024년 공연 부분 매출만 4,5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6% 상승했고, SM엔터테인먼트 역시 2024년 4분기 콘서트 매출 총 2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2% 증가했다. 이미 월드 투어가 가능한 규모로 성장한 무르익은 선배의 뒤를 이어 투어스, 아일릿, 키키, 하츠투하츠 등 데뷔부터 주목받는 그룹들이 적지 않다.

걸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가 2월 2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번째 싱글 언론 공개회에서 타이틀 곡 '더 체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 월별 청취자 수 800만 명을 넘기며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는 밴드 웨이브투어스나 싱글 ‘워시 어웨이(Wash Away)’로 일본 주요 음악 차트인 ‘도쿄 핫 100’ 1위에 오른 얼터너티브 K팝 그룹 바밍타이거까지 비-아이돌 팝에서 선전하는 이들의 의미 있는 성과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해외를 중심으로 아이돌 팝만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 전체를 K팝이라 부르는 층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K팝의 위기’는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K팝이고, 또 무엇을 위기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른 결과다. 쉼없이 변하는 K팝 지형에서 어떤 식으로든 더 멀리 보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을 거란 사실만이 분명하다.

김윤하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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