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 쉬운 환율 문제, 전문가와 논의해야”
“1분기 GDP, ‘-0.1%’까진 생각했는데…더 나빠”
금리 인하 요구엔 “스피드 조정… 안 낮추는 것 아냐”
韓 특정 산업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 지적
“위기를 기회로… 내수 활성화해야"
한국과 미국이 2+2 통상 협의에서 합의한 ‘7월 패키지’ 의제에 ‘환율’이 포함된 데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에 나쁘지 않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기획재정부처럼 환율과 관련해 전문가 집단이다. 환율 문제를 얘기한다면, 미국 재무부와 별도로 얘기하는 게 나쁘진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율을 아무 생각없이 얼마큼 절하됐느냐만 보게 되면, 우리나라 환율(원화 가치)은 최근 몇 달간 정치 등 다른 이슈에 의해 절하됐다”며 “이런 걸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걸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미 재무부와 기재부가 얘기하면 정치로부터 벗어나서 전문적인 얘기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가 아니면 환율의 속성을 잘 모른다”며 “특히 정치인은 잘 모른다. 환율은 정치화하기 쉬운 이슈라는 점에서 전문가끼리 얘기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미 2+2 통상 협의 결과에 대해선 “협의의 프레임워크, 틀과 형식이 나왔다”며 “불확실성이 줄어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입장에선 다른 나라와도 협의를 했는데, 한국이 좋은 제안을 가져왔다고 얘기했다”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국이 시간과 협상 방식을 이해했다. 미국이 한국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우리 내부 절차가 있어 최종 합의는 7월에 하는 걸로 미측의 이해를 구했다”며 “이 세 가지가 중요한 키”라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에 대해선 “지금 우리 경기가 관세 충격으로 인해 더 빨리 식을 수 있다”며 “경기나 환율이 문제”라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영향에 대해선 “우리를 포함해 다른 나라는 관세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는 대략 2%선에서 안정된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미국에 팔지 못하는 물건이 낮은 가격에 들어오는 게 (문제)”라며 “유가도 많이 떨어졌다. 물가에 대한 걱정은 미국 말고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1분기 GDP 성장률, 예상보다 더 나빠”… 금리 인하도 암시
‘1분기 역성장을 반영해 5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조정할 것이냐’는 질문엔 “4월 금통위 당시 내부적으로 1분기 성장은 0% 근처에서 횡보할 것으로 봤다. 만약 음수가 된다면 -0.1% 정도를 생각했는데, 더 나쁜 쪽으로 나온 것 같다”며 “이게 기계적으로 연간 성장률을 낮추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이어 “앞으로 관세충격 영향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며칠 사이 관세문제가 어떻게 될지 확 바뀌어서 지금 당장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재정으로 얼마나 커버할지도 모르고, 5월 새경제전망 하면서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통화 정책과 관련해선 “(기준금리) 이자율은 지금 물가가 많이 안정돼 있어서, ‘금리 인하 트렌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얼마로 낮출지, 어느 속도로 낮출지는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준금리를 안 낮추는 것처럼 말하는데, (계속)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선 “이미 3번 낮췄다. 그런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 커졌다”며 “이럴 때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빨리 갈 수만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스피드만 조정하고 있지 안 낮춘다는 것 아니다”며 “중앙은행은 성장만 보고 갈 수 없다. 거기서 시각 차이가 생긴다”고 했다.
‘정부가 제출한 12조 규모 추경안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분간은 재정에 관한 얘기는 안 하고, 재정은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우리가 통화정책을 하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며 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계엄 직후였던 연초에는 제가 예외적으로 추경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많은 기관이 경제전망을 하는데, 재정 확대 계획 얘기를 빨리 안 해주면 성장률 전망이 너무 떨어질 것 같아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고, 여야정이 같이 추경을 발표하면 정치 불안과 관계없이 경제는 제대로 돌아간다는 시각을 해외에 줘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추경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평상시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왔다”며 “정부가 재정정책을 정하면 그것의 효과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서 금리 정책을 어떻게 할지 하는 평상시로 돌아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韓, 특정 산업 수출에만 의존해 와"
이 총재는 올해 IMF·WB 연차총회의 핵심 키워드를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미팅 기간 중요한 토픽이 불확실성이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금융·채권 시장, 달러 움직임의 불확실성이 나타났다. 관세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이런 게 원상태로 돌아갈지, 지속될지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가격 변동은 많았지만 시장 기능 자체는 작동을 잘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이 작동을 잘 할 것이냐가 관심사”라고 했다. 또 “과거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주요국의 재정 여력이 굉장히 약해졌는데, 각 나라가 재정을 풀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유럽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며 “유럽에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유럽에서 지체됐던 ‘뱅킹 유니온’(은행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정책) 등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위기를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렇다”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수출에 의존해왔다. 수출도 몇몇 산업에만 의존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참에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몇몇 산업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없었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몇십년 동안 못바꿨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건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1분기 GDP, ‘-0.1%’까진 생각했는데…더 나빠”
금리 인하 요구엔 “스피드 조정… 안 낮추는 것 아냐”
韓 특정 산업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 지적
“위기를 기회로… 내수 활성화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인근 식당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G20동행기자단
한국과 미국이 2+2 통상 협의에서 합의한 ‘7월 패키지’ 의제에 ‘환율’이 포함된 데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에 나쁘지 않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기획재정부처럼 환율과 관련해 전문가 집단이다. 환율 문제를 얘기한다면, 미국 재무부와 별도로 얘기하는 게 나쁘진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율을 아무 생각없이 얼마큼 절하됐느냐만 보게 되면, 우리나라 환율(원화 가치)은 최근 몇 달간 정치 등 다른 이슈에 의해 절하됐다”며 “이런 걸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걸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미 재무부와 기재부가 얘기하면 정치로부터 벗어나서 전문적인 얘기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가 아니면 환율의 속성을 잘 모른다”며 “특히 정치인은 잘 모른다. 환율은 정치화하기 쉬운 이슈라는 점에서 전문가끼리 얘기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미 2+2 통상 협의 결과에 대해선 “협의의 프레임워크, 틀과 형식이 나왔다”며 “불확실성이 줄어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입장에선 다른 나라와도 협의를 했는데, 한국이 좋은 제안을 가져왔다고 얘기했다”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국이 시간과 협상 방식을 이해했다. 미국이 한국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우리 내부 절차가 있어 최종 합의는 7월에 하는 걸로 미측의 이해를 구했다”며 “이 세 가지가 중요한 키”라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에 대해선 “지금 우리 경기가 관세 충격으로 인해 더 빨리 식을 수 있다”며 “경기나 환율이 문제”라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영향에 대해선 “우리를 포함해 다른 나라는 관세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는 대략 2%선에서 안정된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미국에 팔지 못하는 물건이 낮은 가격에 들어오는 게 (문제)”라며 “유가도 많이 떨어졌다. 물가에 대한 걱정은 미국 말고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인근 식당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G20동행기자단
“1분기 GDP 성장률, 예상보다 더 나빠”… 금리 인하도 암시
‘1분기 역성장을 반영해 5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조정할 것이냐’는 질문엔 “4월 금통위 당시 내부적으로 1분기 성장은 0% 근처에서 횡보할 것으로 봤다. 만약 음수가 된다면 -0.1% 정도를 생각했는데, 더 나쁜 쪽으로 나온 것 같다”며 “이게 기계적으로 연간 성장률을 낮추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이어 “앞으로 관세충격 영향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며칠 사이 관세문제가 어떻게 될지 확 바뀌어서 지금 당장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재정으로 얼마나 커버할지도 모르고, 5월 새경제전망 하면서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통화 정책과 관련해선 “(기준금리) 이자율은 지금 물가가 많이 안정돼 있어서, ‘금리 인하 트렌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얼마로 낮출지, 어느 속도로 낮출지는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준금리를 안 낮추는 것처럼 말하는데, (계속)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선 “이미 3번 낮췄다. 그런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 커졌다”며 “이럴 때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빨리 갈 수만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스피드만 조정하고 있지 안 낮춘다는 것 아니다”며 “중앙은행은 성장만 보고 갈 수 없다. 거기서 시각 차이가 생긴다”고 했다.
‘정부가 제출한 12조 규모 추경안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분간은 재정에 관한 얘기는 안 하고, 재정은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우리가 통화정책을 하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며 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계엄 직후였던 연초에는 제가 예외적으로 추경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많은 기관이 경제전망을 하는데, 재정 확대 계획 얘기를 빨리 안 해주면 성장률 전망이 너무 떨어질 것 같아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고, 여야정이 같이 추경을 발표하면 정치 불안과 관계없이 경제는 제대로 돌아간다는 시각을 해외에 줘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추경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평상시라고 할 수 있는 시기로 왔다”며 “정부가 재정정책을 정하면 그것의 효과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서 금리 정책을 어떻게 할지 하는 평상시로 돌아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창용(오른쪽에서 첫 번째) 한국은행 총재가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IMF·WB 춘계 연차총회 '인플레이션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세션에 참석했다. /윤희훈 기자
“위기를 기회로… 韓, 특정 산업 수출에만 의존해 와"
이 총재는 올해 IMF·WB 연차총회의 핵심 키워드를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미팅 기간 중요한 토픽이 불확실성이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금융·채권 시장, 달러 움직임의 불확실성이 나타났다. 관세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이런 게 원상태로 돌아갈지, 지속될지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가격 변동은 많았지만 시장 기능 자체는 작동을 잘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이 작동을 잘 할 것이냐가 관심사”라고 했다. 또 “과거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주요국의 재정 여력이 굉장히 약해졌는데, 각 나라가 재정을 풀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유럽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며 “유럽에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유럽에서 지체됐던 ‘뱅킹 유니온’(은행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정책) 등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위기를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렇다”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수출에 의존해왔다. 수출도 몇몇 산업에만 의존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참에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몇몇 산업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없었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몇십년 동안 못바꿨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건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