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장례식 참석, 성 베드로 성당서 15분 만남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장례 미사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만나는 모습. 바티칸/EPA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마에서 열린 교황 프란치스코 장례식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이날 만남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격렬한 설전 뒤 첫 대면이었다. 만남 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은 지난 며칠간 (우크라이나의)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러면서 “은행'(은행 관련 제재) 또는 ‘2차 제재?’를 통해(푸틴 대통령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비판했다.
2차 제재는 특정 국가나 단체를 직접 제재하는 것을 넘어 제재 대상과 거래하거나 협력하는 제3국의 개인, 기업, 기관까지 처벌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서 장례식 시작 전 약 15분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역사적인 만남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많은 것을 일대일로 논의했다. 논의된 모든 것에 대한 결과를 기대한다”며 “만약 성과를 거둔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수 있는 아주 상징적인 회동”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종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로마 도착 직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제 양쪽은 최고위 수준에서 만나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는 물론 러시아가 2022년 침공한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사실상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종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