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사기획 창 ‘항명과 복종’ 중에서)
정의로운 항명엔 대가가 따랐다.


<녹취>김준철/김오랑추모사업회 사무처장
"이 도로로 1km 지점 끝부분이 (옛 특전사) 사령부. 그다음에 약간 남동쪽에는 3공수가 위치했었고 3공수에서 여기까지 거리상으로는 한 7-800m 중간에 보면 언덕 같은 야산이 있거든요."

1979년 12월 12일 밤 이곳에 반란군이 쳐들어왔다.

당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었던 김오랑 소령.

그는 사령관실을 지키고 있었다.

특전사 보안반장이었던 김충립 씨는 반란군이 도착하기 직전 김오랑을 만났다.

<인터뷰>김충립 / 전 특전사 보안반장
"이쪽에 이제 비서실이야. 이게 김오랑 소령이야. 여기서 (실탄을 장전하고 있었던 장소는?) 여기.


"비서실에 딱 올라가니까 아무도 없고 김오랑 소령님이 혼자 앉았는데 자기 책상에서 7발 탄창에다 권총에다 실탄을 장전하고 있더라고. ‘보안 대장님, 지금 보안사에서 우리를 체포하러 옵니다’ 그러더니 권총을 딱 치고 7발 넣더니 사령관실 문을 들어가더니 문을 딱 잠그는 거야."

주변의 회유에도 김오랑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문에다 대고 한 3명 4명이 계속해서 M16 기준으로 그냥 연발로 들이갈기는 거야. 그냥 한 수백 발 나갔을 거야."

그는 동료들이 쏜 총 여섯 발을 맞고 사망했다.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신군부는 김오랑 소령이 먼저 총을 쏜 것으로 사건을 조작했고, 증거 또한 은폐했다.

<녹취> 김준철/김오랑추모사업회 사무처장
"이튿날 낮에 이 시신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뒷산에 텐트를 치고 거기에 보관을 했다 이거죠."

부대 뒷산에 가매장됐던 김오랑의 시신은 석 달 후에야 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오랑에게 훈장이 추서된 건 무려 35년이 흐른 뒤였다.


하지만 전사가 아닌 순직했다는 이유로 보국훈장 추서에 그쳤다.

가족들은 고통에 시달렸다.

<인터뷰> 김영진/고 김오랑 중령 조카
"(아버지가) 서울 갔다 오고 나서 보니까 (술) 됫병, 이거 들고 막 마시고 조금 자고 일어나면 또 들고 마시고. 그런 세상에 살더라니까, 몇 년을. 그러니 나중에 간경화가 와서 돌아가시고..."

부인 백영옥 씨는 남편 사망 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리고 1991년 돌연 실족사했다.


<인터뷰> 김영진/고 김오랑 중령 조카
"옥상에 난간이 있어요. 그런데 난간이 이 정도 돼 높이가. 난간 높이가. 우리 숙모가 우리보다 키가 작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가 일부러 넘어가려고 해도 담에 걸리면 절대 넘어가지 못해. 넘어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여기 걸려버리면, 여기를 모르고 옆으로 이렇게 실족이 될 수가 없는 자리야 그거는."

12.12 군사 반란의 주동자 전두환, 노태우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준비하던 중 벌어진 의문의 죽음이었다.

돌봐주는 이 없던 백영옥 씨의 유골은 산골돼 부산의 한 무연고자 합장묘에 묻혔다.

<녹취> 부산 영락공원 관계자
"무연고만 하면 산골 하신 분까지 다 합치면 한 1만 명가량 될 겁니다. 이 자리에."

항명 끝에 세상을 떠난 남편.

평생 그를 그리워하던 아내는 한 줌 흙으로도 남편 곁에 남지 못했다.

비운의 가족사 앞에서 여든을 앞둔 늙은 반란군은 참회했다.


<인터뷰> 김충립/전 특전사 보안반장
"(김 소령을 만난다면) 통곡을 하고 울겠지. 정말 너 같은 인간이 살았어야 되는데 너는 일찍 가고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만 남아 가지고 이게 이 꼴이 뭐냐 하고 붙들고 통곡을 하고 울겠지. 김오랑 소령 훌륭한 사람이야, 참 훌륭해. 인생을 삶을 그렇게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고귀한 거야."

취재기자 : 황현택
촬영기자 : 이정태
영상편집 : 김대영
자료조사 : 여의주 임다경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방송일시: 2025년 4월 22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501 “유심 바꾸러 갔다 대리점 뺑뺑이”…SKT 유심교체 대란 오나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4.27
49500 미 FBI, 이민자 단속 방해했다며 판사까지 체포…“선 넘었다” 랭크뉴스 2025.04.27
49499 "혼자 튄" 감색 정장-살색 스타킹…트럼프 부부 '교황 조문룩' 논란 랭크뉴스 2025.04.27
49498 봄 소풍 진드기 조심…올해 첫 SFTS 사망자 발생 랭크뉴스 2025.04.27
49497 일본, 동해쪽 기지에 최신예 F-35A 전투기 첫 배치 랭크뉴스 2025.04.27
49496 교대 합격선 ‘뚝’…내신 6등급·수능 4등급 중반대까지 하락 랭크뉴스 2025.04.27
49495 "으악, 털 다 빠진 저거 뭐야?…도심서 발견된 동물의 정체 '화들짝' 랭크뉴스 2025.04.27
49494 '카슈미르 갈등' 인도-파키스탄, 국경서 사흘째 소규모 교전 랭크뉴스 2025.04.27
49493 "김연아·한가인·전지현 다 불렀다"…삼성전자, '과거 모델' 다시 앞세운 이유는? 랭크뉴스 2025.04.27
49492 ‘한덕수 대선 출마설’에 최상목 “불확실성 낮아지길 바라”···우회적 반대 의사 랭크뉴스 2025.04.27
49491 신호위반·음주운전 차량 충돌…결국 20대 여성 사망 랭크뉴스 2025.04.27
49490 이준석 "이공계 대통령 내가 적임자" 손편지 형식 홍보물 발송 랭크뉴스 2025.04.27
49489 트럼프 100일, 적수는 탄핵보다 시장 [유레카] 랭크뉴스 2025.04.27
49488 전광훈, 尹에 “예배 참여하면 ‘통일 대통령’ 만들어드리겠다” 랭크뉴스 2025.04.27
49487 이복현 "주주 충실의무 다들 해…미국에 없다는 건 나쁜 거짓말" 랭크뉴스 2025.04.27
49486 "'모태솔로'라던 아내, 10년 같이 살았는데 숨겨둔 애까지 있었습니다" 랭크뉴스 2025.04.27
49485 파란 정장·살색 스타킹…교황 장례식서 눈길 끈 트럼프 부부 복장 랭크뉴스 2025.04.27
49484 원조요정 성유리도 가세…MZ세대 맏언니들, 홈쇼핑으로 모인다 랭크뉴스 2025.04.27
49483 한덕수 대선 후보 적합도 이재명 이어 2위... 출마 반대 70% 랭크뉴스 2025.04.27
49482 김연아·한가인·전지현 다 불렀다…'과거 모델' 앞세운 삼성 속내 랭크뉴스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