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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참관기…두 손 모은 2시간 10분
성베드로 광장부터 산탄젤로성까지 직선 도로에 25만 인파 가득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교황의 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장례 미사가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떠나자, 광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울 것 같지 않은 백인 중년 남성들도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멀어지는 교황을 향해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교황의 관을 따라가던 중계 카메라는 화면을 바꿔 광장의 인파 속 "그라찌에(Grazie·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클로즈업했다.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도로까지 꽉 메운 25만여 추모객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은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바티칸 전 구역에 경찰과 안내 요원이 배치됐고,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취재진 수송용 간이 엘리베이터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앞두고 취재진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교황청의 취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례 미사 취재를 위해 광장에 오전 5시30분에 도착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일이 늘 그렇듯 입장까지는 하세월이었다. 오전 6시를 넘겨서야 소지품 검사가 시작됐다.

취재 구역은 성 베드로 대성전과 직각을 이루는 왼편 건물 지붕에 마련돼 있었다. 교황청은 간이 철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취재진을 한 번에 7∼8명씩 지붕으로 날랐다.

수백명의 취재진은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올라갔다가 또 느리게 내려오는 모습에 한숨을 쉬어야 했다. 누군가 "트럼프가 나타났다"고 외치자 사진기자들이 이동 경로에서 이탈해 제지를 뚫고 달려가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권 2기 첫 해외 일정으로 장례 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못지않게 이날의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장례 미사는 교황이 생전 개정한 장례 전례서에 따라 소박하고 간소하게 치러졌다.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했고, 전 세계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했다.

오전 10시5분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바깥으로 나와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 앞으로 운구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길고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복음서가 관 위에 펼쳐졌다.

장례 미사는 성가대의 입당송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주소서"로 시작됐다. 모든 의자마다 미사 책자가 배부됐고, 모든 이들이 책자를 들고 성가를 따라 불렀다.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그는 "교황은 고통의 막바지에도, 지상 삶의 마지막 날까지 사람들에게 축복을 전하고, 직접 인사했다"며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교황이셨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그는 교황이 2013년 즉위 첫 방문지로 이주민의 비극을 상징하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방문한 점,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2021년 이라크를 방문한 점,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레 추기경은 "교황은 항상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세우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교황의 말씀을 회상하며 "이제 당신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추모객들은 10여 차례 박수로 화답했다.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했다.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라틴어로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지니, 순교자들이 그대를 맞아 예루살렘으로 인도할지니"라고 노래하면서 장례 미사는 마무리됐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과 주변 일대를 가득 메운 추모객들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광장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를 크게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즉시 성인으로 시성하라고 호소했다.

25만명에 달하는 추모 인파는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성 베드로 광장과 산탄젤로성을 일직선으로 잇는 도로인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의 끝까지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구역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간이 화장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산탄젤로성 인근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장례 미사를 지켜본 에르네스토 씨는 "광장에 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 치일 것 같아서 여기서 장례 미사를 함께했다"며 "교황은 이탈리아인들에게 단순한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진짜 형제처럼 가까운 감정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러 면을 좋아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특히 좋아한다"며 "다음 교황도 비슷한 면모를 가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 미사 지켜본 에르네스토씨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렸다. 장례 미사를 지켜본 에르네스토 씨(오른쪽)가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5.04.26 [email protected]


칠레에서 왔다는 한국인 수녀는 "교황마다 각각의 카리스마와 모토가 다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적이었고, 동시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분이었다"며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부터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사람들이 더 그분에게 감동하고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 미사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10분가량 엄수됐다. 새벽과 아침만 해도 쌀쌀했지만, 미사가 끝날 무렵에는 초여름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계절이 바뀌듯 가톨릭교회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안내 책자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렸다. 사진은 장례 미사 안내 책자. 2025.04.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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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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