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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헌법 재판 전문' 변호사 인터뷰>
낮엔 강의, 밤엔 헌법소원... '헌재의 시간'으로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없었다' 생각 스쳐
포고령 보니 형식도, 내용도 모두 위헌이더라"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결정엔
"전원일치 인용은 예상 못해... 솔직히 기뻤다"
헌법84조 '소추' 해석? "재판도 포함된다 생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된 헌법소원을 낸 김정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담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응급 환자가 들어오면 응급의는 의학 서적 볼 시간 없이 '메스'부터 잡아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최근 헌정 사상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져 헌법적 해석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잇따르니 헌법을 전공한 제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에 대한 헌법소원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불법 계엄·내란 사태 이후 4개월간 총 5건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처분 신청을 내며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린 변호사가 있다. 전국에 11명뿐인 '헌법 재판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도담 소속 김정환 변호사다. 현재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인 김 변호사는 오전에는 대학 강의, 오후에는 변호사 업무로 인해 새벽 시간에야 틈틈이 헌법소원 청구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에게 헌법은 '인생 그 자체'다. 법대 일반대학원에서 헌법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연구교수로 임용된 후 헌법 강의를 맡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에 안주할 수도 있지만 도전을 택했다. 교수로 일하면서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했고, 만 39세 나이에 늦깎이 로스쿨생이 됐다. 올해로 변호사 8년차. 지금까지 50건의 헌법 재판을 맡았으며, 80명의 헌재 국선대리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왜 이토록 헌법에 '진심'일까. 지난 23일 김 변호사를 만나 그에게 헌법은 무엇인지, '헌재의 시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계엄 때 여의도 못 간 부끄러움에 '행동' 시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된 헌법소원을 낸 김정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담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된 헌법소원을 낸 김정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담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헌법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는.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학부는)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지만, 사회복지와 관련된 법을 공부하고 싶어 법대(일반대학원)에 진학해 헌법과 행정법 등을 전공했다. 이후 교수로 임용되고 장애인 관련 분야 일을 많이 했었는데 '약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에 도전하게 됐다. 헌법 분야가 변호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없다. 그러나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앞서 헌법을 전문 분야로 공부했기에,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불법 계엄 이후 사회적 파급력이 큰 헌법소원들을 잇달아 냈다. '행동'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계엄 당일 많은 시민이 여의도로 가서 계엄을 막았다. 다음 날 여의도까지 갈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공부를 할 수 있고 이 자리에 오른 것은 다 사회로부터 얻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시국에서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헌법적 문제가 터진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헌법 지식을 활용해 헌재에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 정도는 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회 몫 재판관 미임명? 정치적 이유 때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뉴시스


-계엄 당일로 돌아가보자. 헌법 전문가 입장에서 당시 계엄 선포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밤에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생방송 TV 화면을 막 트니 윤석열 대통령이 딱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 그 순간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포고령을 보니 형식도 내용도 모두 위헌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고령 위헌 헌법소원을 낼 사람들을 모집했고, 160명이 모여 그들의 대리인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에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도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자, 또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당시 그들은 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보나.


"당연히 정치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해당 '임명권 불행사' 사례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헌재가 위헌을 선언했음에도 정부가 이행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경우다. 위헌 결정의 기속력이라는 게 있다. 행정부는 부작위(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음)가 위헌이라면,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권을 행사해 논란이 일었다. 김 변호사가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 확인' 헌법소원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가처분 신청은 16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됐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전원일치는 예상하지 못했다. 앞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 헌재의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두 분이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여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준하는 200명'이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이런 점에 비춰 반대의견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두 분마저 가처분을 인용해 주셔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뻤다."

-한 권한대행 측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를 두고 '
단순한 발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 측이 '각하해 달라'는 주장을 하다 보니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 같다. 나는 '지명이 곧 임명'이라고 본 반면, 한 권한대행 측은 '지명은 임명에 대한 준비 행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헌법재판관'이 아닌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대통령이 지명해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임명할 수 있기에 한 권한대행 측 주장대로 '지명과 임명은 별개'다. 그러나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한 권한대행 측이 적절하지 않은 논리를 끌어 온 것이다."

"불소추 특권, '재판으로 흔들지 말라'가 헌법 의도"

조희대(왼쪽)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하며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심리를 위해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지난 22일 첫 합의기일 이후 이틀 만이었다. 뉴스1


(※헌재에 불어닥친 '정치적 폭풍'은 현재 가라앉은 모양새다. 이제는 대법원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펼쳐지는 이례적인 속도전은 주목할 대목이다. 다만 사법부의 최종 판단 이전에 이 전 대표가 6·3 대선에서 당선돼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을 게 뻔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헌법 84조의 '형사상 소추'가 '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재판'도 포함하는 것인지 의견이 갈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판례가 없는 상황이기에 어느 견해가 완전히 옳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판도 중지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의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면 이 사람이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형사 재판으로 흔들지 말라'는 게 헌법의 의도다. 또 기소는 결국 재판을 위한 것인데, 기소만 안 되고 재판은 가능하다는 해석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정치와는 무관... 공적 사안에 의견 낼 뿐"



-일각에선 '김 변호사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슈가 되는 헌법적 쟁점에 연이어 손을 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시선도 나온다.


"제가 헌법소원을 내는 게 마치 정치 진영의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는데, 나는 정치권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단지 헌법 재판 같은 공적 사안에 내 의견을 얹을 수 있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민주당이 위헌적 행동을 해도 똑같이 헌법소원을 낼 것이다. 대학 시절 은사님이 항상 말씀하신 '배운 사람은 책에서 배운 대로만 행동해야 한다'를 실천한 것뿐이다."

-계엄 이후 역사에 남을 만한 헌법적 이슈가 쏟아졌다. 이 시기를 훗날 되돌아보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 인용을 하면서 2025년에 헌재가 민주주의를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헌법적 비극' 상황이다. 인간은 한 번 아팠다가 건강해지면 면역력이 생긴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많은 국민이 헌법·헌재의 역할, 민주주의의 가치 등을 되새기게 됐는데, 이 과정이 '민주주의 면역력'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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