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진=연합뉴스
가입자 수가 2300만명에 달하는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이후 주요 기업들에서 임원들에게 유심(USIM) 교체에 나서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 주요 그룹이 자사 임원들에 유심 교체를 지시하며 보안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반도체, 방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임직원 현황 파악과 함께 휴대전화 유심 교체 지시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상대로 "SKT 이용자는 전원 유심을 교체하라"고 공지했고, 대부분의 임원은 이미 유심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24일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SK텔레콤의 유심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유심을 교체하라"며 "유심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외 로밍이 불가능하니 출장 등으로 해외 방문 시 서비스를 해제하고, 유심 교체 시에는 모바일 사원증을 재발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 계열사별로 유심 교체가 이뤄졌는지 확인 작업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SK텔레콤이 가입 권고한 '유심보호 서비스'만으로는 정보 유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신속한 유심 교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개당 7700원인 유심 칩을 확보해 유심 교체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도 SK텔레콤 법인 전화를 사용하는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교체를 지시했으며, HD현대도 지난 22일 모든 계열사에 공문을 보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출장 중인 임원들에게도 이미 관련 지침을 전달했고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9일 오후 11시 40분께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로 이용자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별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23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대상으로 유심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SK텔레콤을 믿고 이용해준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경우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휴대폰 가입자는 약 2310만명이다. SK텔레콤 통신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는 187만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