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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통음식인 테린은 다양한 재료료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닭간과 당근, 허브 등을 넣어 만든 테린.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주말 친구와 함께 찾은 브런치 맛집. 메뉴판을 보다 보니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비주얼만 보면 케이크 같기도, 두툼한 버터 한 조각 같기도 한데 무언가 다르다. “이거 디저트야? 고기야? 정체가 뭐야?”

‘테린’(Terrine)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음식은 프랑스에서 온 꽤 유서 깊은 전통 요리다. 외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운 비주얼에 선뜻 주문하기 망설여지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자꾸 생각나는 마성의 음식이다.

테린은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을 다져 틀에 넣고 천천히 익힌 다음 차게 굳혀서 썰어 먹는 요리다. 한국 음식 중에 편육, 또는 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주로 사각형이나 긴 틀 모양의 도자기에 담아 만드는데 요리를 담고 조리하던 그릇 ‘테린’(terrine)이 음식 이름이 됐다. 요리 명칭의 유래로 보자면 꽤 흥미롭고 고전적인 사례다. 과거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육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고안된 조리 방식으로, 한 조각을 자르면 층층이 쌓인 재료들의 단면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드러난다. 맛과 식감, 화려한 비주얼까지 갖춰 주말이 되면 프랑스 동네마다 있는 테린 가게에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테린이라는 이름은 긴 틀 모양의 도자기 그릇 ‘테린’(terrine)에서 유래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테린을 내놓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아졌다. 특히 초콜릿 테린, 말차 테린, 치즈 테린 등 달콤하고 진한 풍미를 살린 디저트 테린이 인기다.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서는 전통적인 고기 테린을 맛볼 수 있는데, 처음 접할 때는 꾸덕한 식감과 진한 맛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맛을 보면 자꾸 생각나는 중독성 있는 별미다.

테린의 매력은 고기, 채소, 생선, 견과류, 버섯 등 다양한 재료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고기 테린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테린,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생선 테린까지 무궁무진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반려견을 위한 테린 간식도 등장했는데 무염 고기와 채소를 활용해 강아지가 먹기 좋게 만든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드러운 식감과 영양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비슷한 프랑스 요리인 파테(Pâté)와 비교하면, 둘 다 고기나 간, 채소 등을 다져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식감과 형태, 즐기는 방식에서 꽤 뚜렷한 차이가 있다.

간이나 고기를 곱게 갈아 만드는 파테는 식감이 부드러워 빵에 발라먹기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파테는 주로 간이나 고기를 아주 곱게 갈아 만든 스프레드 형태의 요리다. ‘바르는 고기’라고 할까. 버터처럼 부드러운 질감이라 빵에 쓱쓱 발라 먹기 좋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풍미에 허브 향신료가 어우러져 테린보다 좀 더 진하고 강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테린은 재료를 곱게 가는 대신 다지거나 큼직하게 썰어 식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한 조각만 먹어도 입안 가득 다양한 질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단단하고 레이어드된 형태를 지니고 있어 식사 전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로 널리 활용된다. 또한 파테는 보통 틀 없이도 만들 수 있지만 테린은 반드시 테린 틀에 넣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테린은 일반적으로 차게 먹는 경우가 많지만 재료에 따라 먹기 전 상온에 두어 풍미를 살리면 더 맛있다. 바게트나 크래커 위에 얇게 썬 테린을 올리고, 피클이나 잼 등을 곁들이면 ‘단짠단짠’ 조화를 즐길 수 있다. 디저트나 간식으로도, 와인이나 위스키와 어울리는 한 끼 음식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고급스러운 식사가 완성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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