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시내에서 이민 정책 등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 시위에 참석한 이들이 비판하는 것은 주로 관세와 이민 정책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 동안 오른 물가를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유권자들은 그가 관세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수입 물가가 오르는 데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또한 불법 이민자에 대해 과도하게 단속하다 보니 행정적인 실수로 일부 합법적인 영주권자와 시민권자까지 추방 조치를 내리는 일까지 생겼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대 집회가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위협”
4월 들어 미국 전역에선 ‘손 떼’라는 뜻의 ‘핸즈 오프’ 피켓을 든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이어지고 이다. 4월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데 이어 2주 만인 19일에도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9일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1200건 이상의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가 열렸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시위에 참여한 메인주 출신의 토머스 배스퍼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의 자유는 매우 위험한 시기에 처해 있다”며 “아이들에게 이 나라의 기원을 알려주고 때로는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몬태나주 리빙스턴에서도 시위행진이 있었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적인 정부 장악 시도”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1000명 이상이 참여해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백악관의 정책과 행동이 “반민주적”이라며 비판했다. 뉴욕 맨해튼 공공도서관 계단 앞에서도 이민자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북소리에 맞춰 “두려움도, 증오도, 이민세관단속국(ICE)도 없다”고 외쳤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테슬라 매장 밖에서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연방 공무원 대규모 감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전국적으로 조직된 시위 및 행사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인 ‘50501’ 운동이 주도했다. 50501은 같은 날 미국 50개 주에서 50개의 시위를 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헤더 던 50501 대변인은 시위의 목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 부상에 맞서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50501은 초당파적인 “친민주주의, 친헌법, 행정권 남용 반대, 비폭력 풀뿌리 운동”이라고 밝혔다.
이민·관세정책에 대한 거부감 커져
전국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주로 두 가지 점을 비판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무작위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10여 년 전 모국에서 범죄 집단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2019년 미국 법원의 보호 지위를 얻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었지만 지난 3월 12일 ‘범죄 집단과의 관련’을 이유로 체포돼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로 보내졌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 의원(메릴랜드)은 최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한 호텔에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와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X에 게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8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밴 홀런 상원 의원은 어제(17일) 엘살바도르에서 가짜뉴스 미디어에 관심을 구걸하는 바보처럼 굴었다”며 알파벳 대문자로 “그랜드스탠더(GRANDSTANDER)!!!”라고 적었다. ‘그랜드스탠더’는 보통 ‘주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다소 비판적으로 지칭할 때 쓴다.

미국 시민권자인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는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기소된 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치로 구금됐다가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려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로페스고메스는 과속 단속에 걸렸는데 영어에 서툰 그를 보고 경찰이 불법 체류자라고 판단했다.

무리한 관세정책도 비판 대상이다. 미국 CNBC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성이 43%, 반대가 55%로 나타났다. CNBC는 “(자체) 여론조사 역사상 대통령 재임 중 경제 분야에서 처음으로 순지지율(반대가 찬성보다 많은)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전직 대통령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30년이 된 이날 현지 교회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근년 들어 나라가 더 양극화했다”며 “모두 누구의 분노가 더 중요하고 타당한지에 대해 논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월 15일 X에 올린 글을 통해 모교인 하버드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를 ‘불법적 억압’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단체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10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야기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협상도 지연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에 대해 느끼는 자국민들의 불안감을 해결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4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일대일 대화를 고집하고 있으며 이것이 양국 간 무역전쟁 심화를 중단하고자 하는 다른 외교 노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 주석과 담판을 지음으로써 승리자의 이미지를 갖고 싶지만 중국이 이에 쉽사리 응하고 있지 않아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표단이 베이징에 있는 중국 당국자들과 긴장 완화를 모색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주중미국대사는 아직 상원의 인준 절차를 마치지 않아 부임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대화를 이끌 그 누구도 임명하지 않았으며 백악관은 주미중국대사관과 대화를 시작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상 간 직접 대화만이 합의에 도달할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미·중 양국이 신뢰하는 백악관 특사를 임명해 협상 정지작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백악관이 미·중 대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브라이언 휴즈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참모와 고위 참모급에서 다양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으며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중국과)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선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협상에서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약 두 달 만인 2017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 3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 일 때문에 시 주석이 당시 지나치게 일찍 정상회담에 나선 것을 후회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공개 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대일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319 고속도로 정체에 민원 폭발…도공이 짜낸 5가지 '묘수'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랭크뉴스 2025.04.27
49318 신천지 ‘주의’ 보고, 프랑스 정부 기관…“자유 침해, 심리 통제” 랭크뉴스 2025.04.27
49317 강원 인제 산불 밤샘 진화‥헬기 투입 재개 랭크뉴스 2025.04.27
49316 검찰, 노태우 비자금 의혹 계좌추적…300억원 실체 드러날까 랭크뉴스 2025.04.27
49315 4%대 주담대 금리 ‘요지부동’… 은행채 금리 2.7%로 떨어졌는데 랭크뉴스 2025.04.27
49314 韓대행 출마 가시화에 국힘 경선구도 요동…지지층 표심 향배는 랭크뉴스 2025.04.27
49313 성심당만 잘나간다, 끝나가는 ‘빵지순례’ 열풍…빵집 폐업률 최대, 인기 브랜드 매출 역신장 랭크뉴스 2025.04.27
49312 국민의힘 대선 주자는 누구… 한덕수 '구원투수' 통할까[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랭크뉴스 2025.04.27
49311 [단독] 대선 딥페이크 판치자, 국과수 반격…'제우스 방패' 띄웠다 랭크뉴스 2025.04.27
49310 [트럼프 100일] 극단적인 '美우선주의' 추진에 국제사회 대혼돈 랭크뉴스 2025.04.27
49309 고환율·고관세·대선… 변수 속 ‘강남부자’ 투자 공식은?[박지수의 재테크 바이블] 랭크뉴스 2025.04.27
49308 시작도 전에 시끌시끌…카카오 새로운 ‘친구톡’이 뭐길래[산업이지] 랭크뉴스 2025.04.27
49307 “사람에게 충성 안 해” 발언 되돌려준 대대장…내내 눈 감은 윤 전 대통령 [피고인 윤석열]④ 랭크뉴스 2025.04.27
49306 '비둘기파'연준에 국고채 금리도 하락…3년물 금리 3년만에 최저 [Pick코노미] 랭크뉴스 2025.04.27
49305 '인제 산불' 진화 작업, 헬기 35대 투입 재개…진화율 98% 랭크뉴스 2025.04.27
49304 프란치스코 교황 영면에 들다…전세계 애도속 장례 엄수(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27
49303 인제산불 진화율 93%·밤샘 진화…일출 동시에 헬기 35대 투입(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27
49302 유영철도 개도살로 시작했는데…동물 사체 훼손 처벌 없다, 왜 랭크뉴스 2025.04.27
49301 "용적률 상향, GTX-F까지" 이재명 부동산 공약, 국힘과 비교해보니 [헬로홈즈] 랭크뉴스 2025.04.27
49300 낮 최고 17∼27도…전국 강풍 불고 건조 '불조심' 랭크뉴스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