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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키보드보다 10∼30배 비싼 기계식 키보드 인기
MZ세대, 키감·소리·디자인 따져 '세상에 하나뿐인 키보드' 장만
온종일 쓰는 키보드 꾸미며 업무효율과 심리적 만족감 높여


'손맛 좋은 기계식 키보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2025.4.2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키보드' 만들기.

MZ세대 사이에서 기계식(Mechanical) 키보드가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마다 개별 스위치(키를 누를 때 촉감과 소리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가 있고 이 스위치 안에는 스프링과 접점이 들어 있어 정확하고 뚜렷한 키 입력이 가능하다. 또 키보드 디자인은 같더라도 스위치 종류에 따라 소리와 키감(키보드를 두드릴 때의 느낌) 및 반응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쓰는 멤브레인(Membrane) 키보드는 키들이 고무 재질의 일체형 러버돔을 눌러서 입력되는 구조라 개별 키의 교체가 불가할뿐더러 키감이 묵직하고 덜 정밀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이들에게 손에 꼭 맞는 키감과 소리, 디자인을 갖춘 기계식 키보드는 단순한 입력 장비를 넘어 업무 효율과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아이템이 됐다.

키보드도 내 취향대로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키보드 타건숍에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기계식 키보드들이 진열돼 있다. 2025.4.26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키보드 타건(打鍵·자판이나 건반 따위를 침) 숍. 평일임에도 2030 손님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십 가지 화려한 디자인의 기계식 키보드가 진열돼 있었는데 디자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키보드 스위치의 다채로움이었다. 이름부터 생소한 밀키축, 코랄축, 세이야축부터 재잘축, 바다축 등 키감의 종류는 무궁무진했다. 여기서 '축'은 키보드의 키가 눌리는 느낌을 뜻하는 표현이다.

손님들은 제각기 다른 키감을 직접 느끼고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타건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들 기계식 키보드 가격은 8만∼30만원대. 레트로 디자인으로 출시된 10만원대 중반의 키보드는 출시와 동시에 품절 대란을 빚기도 했다. 멤브레인 키보드가 1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10~30배 비싼데도 인기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용도로는 비교적 조용한 무접점 키보드를 선호한다"며 "살짝만 눌러도 인식이 되고 키보드를 칠 때 나는 보글보글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 B씨는 "회사 사무실에서 본인 취향에 따른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동료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찾은 용산구의 또 다른 타건숍은 사전 예약으로만 입장이 가능한 무인 매장이었다.

매장 입구에 '백문불여일타: 백 번 유튜브에서 듣는 것보다 한 번 쳐보는 것이 낫다'라는 문구가 붙은 이곳에선 원하는 키보드를 골라 체험석에서 태블릿PC와 연결해 직접 타건해볼 수 있었다.

키감 탐색 중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키보드 타건숍에서 한 고객이 여러 기계식 키보드를 직접 타건해보며 키감 비교를 하고 있다. 2025.4.26


MZ세대가 기계식 키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연 키감이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무실 내에서 사용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스위치에 저소음이 가미된 키보드들도 출시되고 있다.

저소음 밀키축은 '소곡소곡', 저소음 코랄축은 '타각타각', 저소음 바다축은 '도독도독'거리는 소리가 난다.

황축은 키를 누를 때 살짝 무겁게 '톡톡' 눌리는가 하면, 재잘축은 '찰칵찰칵' 거리며 눌러지는 느낌이다.

또 키보드 스위치의 그램 수에 따라 키를 누를 때 들어가는 압력이 달라지는데, 같은 축이더라도 그램 수가 높을수록 누를 때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든다.

2년차 직장인 신지연(27) 씨는 "회사에서 저소음 밀키축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재밌고 중독성 있어서 타자를 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국적인 디자인의 이색 키보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계식 키보드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디자인에 있다.

하루 종일 마주하는 사무용품인 만큼 키보드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아야 일할 맛이 난다는 것이다.

직장인 신동주(34) 씨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영어는 없이 한글로만 각인된 키보드인데 "오로지 디자인만 보고 고른 제품"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키보드가 자연스럽게 '꾸밈'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용산 전자랜드 내 한 키보드 타건숍 입간판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어보세요. 일의 능률이 쑥쑥 올라갑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매장에서는 직접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 수 있었는데 고양이 모양, 식빵 모양 등 독특한 디자인의 키캡들이 눈길을 끌었다.

취향 가득 담긴 나만의 키보드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키보드 타건숍에 고양이, 식빵 모양의 키캡으로 디자인된 기계식 키보드가 전시돼 있다. 2025.4.26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1∼23일 서울 세텍에서는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SMKX 2025)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키보드·키캡 디자이너들과 만나고 자신만의 커스텀 키캡을 제작해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키보드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손맛 좋은 기계식 키보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2025.4.26 [email protected]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기계식 키보드는 인기몰이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는 '키보드 타건숍 투어'와 같은 제목의 글과 브이로그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 다양한 키보드의 타건 소리만을 담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기계식 키보드 추천 영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끝에서 시작되는 개성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키보드 타건숍에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기계식 키보드들이 진열돼 있다. 2025.4.26


이러한 기계식 키보드 인기는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며 "타이핑 속도나 집중력을 높이는 등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까지 더하려는 소비 심리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생각보다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개인 취향을 반영한 키보드를 쓰는 것만으로도 업무 중 작은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로 연결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선 직장 동료가 사용하는 키보드를 옆에서 보며 '나도 써보고 싶다'는 모방 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열대 가득 메운 키보드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무인 키보드 타건숍에 다양한 기계식 키보드들이 스펙 설명과 함께 진열돼 있다. 202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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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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