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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취재|메이저 건설사 격전지 된 한국 대표 부촌 반포 탐구


토허제 해제 후 국민평형 40억 거래 속속 등장, 원베일리는 70억 돌파
반포에 ‘래미안 타운’ 구축한 삼성물산, 여세 몰아 1분기 수주 독보적

압·반·잠.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의 줄임말이다. 반포동과 잠원동을 합쳐 통칭 ‘반포’라 부른다. 반포와 압구정은 대한민국 아파트의 최상단에 위치한다. 지난 3월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2025년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 약 2200개 단지, 40만 가구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토허제에 포함된 4구를 ‘상급지’라고 지칭했다.

이번 토허제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최초로 반포가 포함된 점이다. 토허제를 걸 명분이 빈약함에도, 현 시점에서 서울 집값을 추동하는 반포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어떻게든 눌러놔야 한다는 정부의 다급함이 읽힌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반포2동과 반포본동에는 평당 1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약칭 아리팍), 평당 2억원을 사상 최초로 찍은 아파트인 래미안원베일리 그리고 미래의 대장 아파트를 예약한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약칭 반디클) 등이 밀집해 있다.

반포 동쪽의 잠원동과 반포3동은 흔히 ‘신반포’로 불린다. 6월 입주 예정인 초신축아파트 신반포메이플자이를 비롯해 재건축아파트 대장으로 꼽히는 신반포 2차와 신반포 4차가 이 지역 집값을 견인한다. 중소형 단지인 반포르엘 1·2차, 반포센트럴자이(약칭 반센자), 신반포자이(약칭 신반자), 신반포아크로리버뷰(약칭 아리뷰) 등도 서쪽의 반포동과 동쪽의 압구정동 사이에 입지를 두고 있다. 그동안의 반포 독주는 토허제 반사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강남구의 압·청·삼·대(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가 거의 5년간 토허제에 묶여 있는 사이, 반포 아파트는 규제를 피해 ‘갭투자(전세 낀 물건 매입)’가 가능했다. 같은 한강변인 이촌과 여의도의 재건축이 답보 상태인 것과 달리 반포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를 톡톡히 누렸다.

반포의 파워는 정작 토허제가 풀린 뒤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13일 토허제 해제를 실시하고, 폭등에 놀라 3월 19일 다시 묶기까지 반포의 상승폭은 오히려 토허제 해제 지역들을 압도했다. 이 기간 거래량이 폭발했고, 어지간한 ‘네임드 아파트’는 국평 기준 40억원을 돌파했다. 소위 ‘에셋 파킹’ 차원에서 똘똘한 한 채로 인정받는 반포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반포 아파트는 계급의 최정점이자 안전자산의 지위를 확고히 굳힌 셈이다. 온라인상에선 “반포역에서 내리는것만으로도 뿌듯하다”는 ‘지하철 하차감’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는 ‘한강변+신축+대단지’라는 시대의 트렌드를 타며 평당 2억원을 최초로 넘어섰다. [중앙포토]



토허제 맞아도 굳건한 반포 아파트
재산권 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토허제를 실행한 뒤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반포 아파트가 급락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거래는 뚝 끊겼지만, 호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수요도 줄었지만, 공급도 줄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어차피 반포 아파트 팔고 딱히 갈 곳도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통화량이 증가하고, 공급이 나오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는 불패”라는 논리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렇게 상징성을 지니는 땅이니만큼, 반포 일대를 둘러싼 소위 ‘1군 건설사’들은 자존심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흔히 ‘래자힐’이라고 불리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GS건설의 자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반포 요지에 깃발을 꽂고 있다. 심지어 이문을 남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스터피스를 남기겠다는 태세다. 일례로 지난해 완공된 래미안원펜타스는 손해(삼성물산 측 추산 240억~260억원)를 감수하고 최고급화를 관철했다.

반포 지도를 펼쳐 보면 중심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이다. 여기를 기준으로 서쪽은 ‘래미안 타운’, 동쪽은 ‘자이 타운’ 양강 구도를 이룬다. 특히 ‘찐반포’로 불리는 서쪽에서 래미안은 초강세다. 오늘날 래미안의 명성을 낳은 반포래미안퍼스티지(약칭 반래퍼)가 그 시작이다. 2009년 완공된 2444세대의 대단지 반래퍼는 용적률과 건폐율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17년 차 구축 아파트임에도 2월 말 국평 기준 47억원에 거래됐다. ‘입지만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 반래퍼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대형 평수에 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균질한 아파트촌을 이루는 반포는 명문 초·중·고를 품고 있다. [중앙포토]



서반포 래미안 타운 vs 동반포 자이 타운
반래퍼의 성공에 힘입어 래미안은 소위 ‘1(one)’ 시리즈를 반포에서 전개 중이다. 그다음 역작이 2023년 완공된 현 시점 대한민국 대장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다.

원베일리는 DL이앤씨의 아리팍에 내준 왕좌를 단번에 되찾아왔다. 역세권, 학군, 쇼핑, 병원, 평지, 대단지, 조망, 공원 등을 두루 갖춘 ‘육각형 아파트’로 꼽힌다. 2990세대인 원베일리는 24평 40억5000만원, 33평 70억원, 46평 80억원, 52평 106억원이라는 입이 쩍 벌어지는 신고가를 찍었다.

특히 국평에서는 지난해 8월 6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70억원도 넘어섰다. 52평 106억원은 아파트 사상 최초의 평당 2억 거래였다. 물론 와이드 한강뷰가 가능한 특수 물건이지만, 비한강뷰도 시차를 두고 갭 메우기를 하며 올라가는 추세다. 반래퍼가 3세대 아파트의 대표 격이라면, 원베일리는 4세대 아파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생활서비스 플랫폼 ‘홈닉’을 도입, 단지 안에서 모든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지향했다”며 “아파트 외형, 평면구조, 층간소음 방지 등 입주민 니즈에 맞춰 고급화했다”고 성공 비결을 평가했다. 원베일리의 커뮤니티 카페인 ‘인바이트’는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어진 것이라 입주민이 아니라도 개방된다. “반포의 한강뷰를 체감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관광 명소가 됐다.

반래퍼와 원베일리 사이에 641세대 중소단지이지만 ‘커뮤니티 끝판왕’이라는 소리를 듣는 원펜타스가 2024년 지어졌다. 반래퍼 서쪽으로는 2000세대를 넘는 또 하나의 대단지 래미안트리니원이 공사 중이다. 반포 아래에 자리한 방배에는 2025년 11월래미안원페를라가 입주 예정이다. DL이앤씨의 아리팍과 현대건설의 반디클을 제외하면, 래미안이 서반포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포 동쪽에선 GS건설의 자이가 강세다. 반래퍼에 필적하는 동반포의 랜드마크는 반포1동의 반포자이였다. 잠원동에 메이플자이가 들어서며 동반포의 새로운 대장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이 밖에 반포3동의 반센자, 신반자가 있다.

동반포에서도 래미안은 교두보를 마련했다. 기존 래미안신반포팰리스(약칭 래신팰), 래미안리오센트, 반포래미안아이파크(약칭 반래아) 등 중소단지 위주에서, 재건축 최대어(추정 공사비 1조310억원)로 꼽히는 신반포 4차(신반포 2차는 현대건설 수주)를 수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래미안이라는 브랜드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실제 트리니원도 당초 대우건설이 따냈지만, 조합원들의 결정에 의해 삼성물산으로 바뀐 전례가 있다.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롯데건설이 르엘, DL이 아크로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든 데 비해 삼성물산은 래미안 단일 브랜드를 유지 중이다. 이 방식이 오히려 브랜드의 균질화라는 효과를 파생하고 있다. 가령 어지간한 재건축 조합은 ‘힐스테이트보다 디에이치, 롯데캐슬보다 르엘, 이편한세상보다 아크로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안 들어주면 수주를 뺏기고, 무작정 들어주면 프리미엄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 이런 딜레마에서 상대적으로 래미안과 자이는 자유로운 편이다. 자이는 ‘그랑자이’라는 하이엔드전략을 폈다가 사실상 중단했다.
오세철 대표 체제에서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와 맞먹는 수주액을 달성했다. [사진 삼성물산]

2025년 1분기 삼성물산은 총 5건의 정비사업을 따내며 수주액 3조5560억원을 달성했다. 2024년 연간 정비사업 수주액(3조6398억원)에 이미 도달한 셈이다.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GS건설(4건·2조1949억원), 현대건설(2건·1조780억원)을 훨씬 앞선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정부 규제 등으로 건설업은 역대 최악의 환경에 놓여 있다. 롯데건설은 잠원동 사옥을 매각했고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 부문은 본사를 이전했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은 법정관리 상태다. 이 와중에 삼성물산은 상대적으로 잘 버티는 편이다. 부실 시공이나 공사비 증액 등 노이즈가 적다는 평판이 나서 재건축, 재개발 조합에서 래미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메이플자이, 반디클, 청담르엘 등의 사례만 봐도 건설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

한때 ‘삼성물산이 아파트 건설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는 공백기가 있었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부 매각설도 나오며 ‘더는 래미안 아파트를 안 짓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축이 되는 회사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녔다. 하지만 ‘돌아온 래미안’은 2021년 오세철 대표이사 체제에서 건설업 불황에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의 ‘대장 아파트’ 상징성 특화 전략
도시정비사업 부동의 1위였던 현대건설을 한남 4구역 수주전에서 꺾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용산구 한남 뉴타운 중에서 가장 입지가 좋고,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4구역은 1조6000억원짜리 강북 재개발 대형 프로젝트다. 2025년 1월 삼성물산은 전체 조합원 1153명 중 675표를 받아 335표의 현대건설을 더블 스코어로 눌렀다. 이미 한남 3구역을 잡아놓은 현대건설로선 예상 밖 대패였다.

삼성물산의 다음 목표는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2구역이 유력하다. 반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삼성물산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핵심지 대장 아파트에 래미안을 짓는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반포 원베일리, 신반포4차(가칭 래미안해리븐반포)에 이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약칭 래대팰),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도곡동 타워팰리스,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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