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09년생 고1, 자퇴할까요? 고교 학점제가 저에게 진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과목도 선택하래요. 제 진로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최근 입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09년생, 고1은 ‘고교 학점제’를 중심으로 하는 2022 개정 교육 과정의 첫 적용 대상이다.

마치 대학생처럼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학기 초부터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고교학점제 수업을 시행 중인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스마트콘텐츠 실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수행평가 너무 어려워요… 1년 꿇고 준비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18년째 자퇴 및 검정고시 컨설팅을 해왔다는 A 업체는 최근 고1 학생들의 상담 신청으로 예약 일정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1학기 중간고사도 치르기 전인 3~4월부터 고1 학생들이 상담을 받겠다며 몰려오는 건 이례적”이라며 “고교 학점제 시행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A 업체의 상담 사례 분석에 따르면, 고1 학생들은 자퇴를 고민하는 이유로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교 학점제 시행과 함께 내신 구간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었다. 학과 중심의 내신 격차가 좁혀지면서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반영될 수행평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수행평가 기준을 큰 폭으로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한 숙제 해결 차원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고난도 보고서 수준이라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A 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1년 유급해 수행평가를 위한 능력을 길러 고등학교를 재입학하겠다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면서 “아예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들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및 대입 진로, 진학설명회를 찾은 수험생이 자료집을 살펴보는 모습. /뉴스1

“과목마다 교실 옮겨다녀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요”
선택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2학년부터는 매시간 이동 수업을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학생들은 같은 교실에 앉아 있고 과목별 교사만 순서대로 들어오는 수업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학생이 한 과목 수업을 마치면 다음 과목을 배우러 다른 교실로 이동해야 한다. 같은 학급 친구들끼리 쉬는 시간에 서로 사귈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6)양은 “2학년이 되면 계속 교실을 옮겨 다니는 방식이라고 해 친구를 사귀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며 “조별 협력·협동이 필요한 수업들도 많은데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아 학교에 가기 싫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교 학점제를 미리 시범 운영한 고등학교에서 이를 먼저 경험해 본 한 고3 학생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한 교실에서 다른 교실로 이동하느라 숨이 가쁠 지경”이라며 “같은 반 친구가 누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른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지금 고등학생들은 중학교 때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받는 바람에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고등학교 가면 다른 중학교를 나온 친구들과 사귀어야 하는데 고교 학점제로 교실 이동을 해야 하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개악 전면 철폐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를 비롯해 늘봄학교,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고교 학점제 폐지’ 서명 운동
고교 학점제에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1일부터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 교사 서명’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학생의 선택 과목 보장을 이유로 과목 수는 몇 배로 늘어났으나,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정원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며 “여기에 공동 교육과정 운영, 시간표 편성, 외부 연계 수업 관리 등 수많은 행정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학교는 소규모 대학처럼 운영되지만, 그에 맞는 인력 지원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고교 학점제 관련 설명회를 오는 6월 9일 부산, 7월 16일 세종 등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는 취지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028 “구급차 보내줘” 157차례 허위신고 남발에 소방관 폭행…40대 철창행 랭크뉴스 2025.04.26
49027 車에 치인 9세, 2주만에 의식 회복…50대 뺑소니범 구속 송치 랭크뉴스 2025.04.26
49026 이창용 "美中 관세협상 안되면 90일 유예 연장돼도 경제비용 커" 랭크뉴스 2025.04.26
49025 교황 장례 미사, 오후 5시 엄수···“주여, 영원한 안식을”로 시작해 “즉시 성인으로!” 랭크뉴스 2025.04.26
49024 "아가씨 때문에 이혼합니다"…아내가 털어놓은 '끔찍한 남매' [이혼의 세계] 랭크뉴스 2025.04.26
49023 한덕수, 내주 무소속 출마 결단할 듯… 국민의힘 ‘경선 결과’ 주목 랭크뉴스 2025.04.26
49022 “깐족 표현 쓰지 마라” “오늘 깐족대는 것만 보고”…한동훈·홍준표 “깐족 배틀” 랭크뉴스 2025.04.26
49021 북한, 신형 구축함 ‘최현함’ 진수식···“가장 강력한 무장 갖춘 5000t급” 랭크뉴스 2025.04.26
49020 '韓 급소' 환율 콕 집어…헤지펀드 출신 베센트 장관 주도 [Pick코노미] 랭크뉴스 2025.04.26
49019 안철수 "한덕수, 백전백패 후보… 한동훈, 양심부터 찾으라" 랭크뉴스 2025.04.26
49018 로캣랩, 뉴스페이스 시대 발사체 시장에서 성장성 가속화 [돈 되는 해외 주식] 랭크뉴스 2025.04.26
49017 북한, 5천t급 신형 구축함 진수‥김정은 "원양함대 건설" 랭크뉴스 2025.04.26
49016 韓 대행 “한층 더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국민 마음 하나로 모아야” 랭크뉴스 2025.04.26
49015 김정은 자랑하던 평양 53층 아파트, 10년만에 붕괴 우려 랭크뉴스 2025.04.26
49014 北김정은, 딸 주애와 5000t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 참석…“핵위협 대응” 랭크뉴스 2025.04.26
49013 미 재무장관 “한국, 무역균형 맞추려는 노력에 감사”…협의 긍정 평가 랭크뉴스 2025.04.26
49012 마약 판매상 “경찰 함정수사, 무죄” 주장…법원의 판단은? 랭크뉴스 2025.04.26
49011 이창용 "美 환율 논의, 재무부와 협의한단 건 그나마 긍정적" 랭크뉴스 2025.04.26
49010 김건희 기소 가능성 커졌다…서울고검 이례적 직접 수사 랭크뉴스 2025.04.26
49009 아버지뻘 택시기사 때리고 자랑한 20대 유튜버, 징역 2년6개월 랭크뉴스 202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