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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하나증권, 임직원에 “근무 시간 지키라” 강조
시간이 곧 돈… 여의도의 ‘점심 경제학’

여의도 증권가에 때아닌 점심시간 단속 바람이 불었다. 일각에서는 증권맨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근무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보다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고 고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업(業)의 특성상 증권맨들은 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에 외부 업무가 많고, 자유로운 업무 동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삼 근무 규정을 강조한 증권사는 모두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소속이라는 점에 이목이 쏠렸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증권, KB증권 등 일부 대형사는 최근 점심시간을 포함해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라는 내용의 사내 공지를 내렸다.

이른바 ‘근태 다잡기’에 나선 증권사들은 유별날 게 없는 주문이라는 입장이다. 점심시간을 비롯한 근무 시간은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 규정이고, 이를 잘 지키라는 공지는 경영진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증권사의 이번 공지는 사실 적지 않은 함의가 있다. 우선 이번 공지는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내부통제 우려가 나올 만큼 규모가 큰 금융 사고가 발생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지켜야 할 근무 규정을 전 직원에게 알리는 공지 형식으로 강조하면서 임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게다가 근태에 대한 공지는 정통적인 수익 부서인 IB나 영업 관련 부서와는 사실 관련이 없다. 이들은 수시로 외부 사람을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본업이기 때문에 근무 규정에 따라 사무실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근무 태만에 해당한다.

엄밀히 말하면 정해진 점심시간을 지키라는 주문의 타깃은 지원 부서 직원들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부동산 PF를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이제는 IB와 리테일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겨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 고삐를 당긴 것은 이런 시장 환경과 연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근무 규정을 강조한 증권사가 전부 은행을 핵심으로 둔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였다는 점에도 이목이 쏠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곧 돈인 여의도 사람들에게는 따로 근무 규정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인센티브에 민감한 정통 증권맨에게 1시간 점심시간을 지키라는 공지는 코미디”라며 “다만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서 나온 공지라면 이해가 간다”라고 말했다.

근무 태도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지주와 금융 계열사에 1시간인 점심시간 준수와 업무시간 중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하면서 신한투자증권 역시 근무 태도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했다.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조선 DB

이를 KB금융그룹이 따르면서 KB증권도 임직원에 점심시간 준수를 강조했고, 하나증권도 공지를 내렸다. 하나증권은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최근 ‘점심시간 과다 사용’ ‘지각 반복’에 해당하는 직원에 대해 감봉과 정직 등 징계조치한 사례를 알리기도 했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는 은행 출신 인사가 조직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은행 스타일의 문화가 심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인 사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증권 출신인 이선훈 대표 외 리테일·자산관리를 총괄하는 정용욱 사장과 기업금융·부동산금융을 담당하는 정근수 사장을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정용욱·정근수 사장은 줄곧 신한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2020년까지 은행에서 외길을 걸었다.

물론 다른 증권사도 근무 규정이 존재한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시기 이후로 증권사들은 이전보다 강화된 근무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일정이 많은 부서는 근무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지원 부서 인원은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맨들에게는 외부 사람을 만나 정보를 나누는 것 자체가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부서 특수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지 않고 근무시간을 원칙대로만 운영하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물론 오죽하면 회사가 공지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밥’을 먹은 적이 있다는 한 증권사 직원은 “처음 여의도에 올 때만 해도 점심시간은 11시 30분쯤 시작이었는데, 언젠가부터 11시에 나가더니 요즘은 10시 40분에 움직이기 시작한다”면서 “복귀 시간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어, 회사 입장도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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