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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후 ‘정치 중립’ 등 발언 없어
출마에 무게 둔 듯···다음주 선언 관측
황교안은 선거일 공고하며 ‘불출마 선언’
주요 회의마다 ‘철저한 선거 관리’ 지시
민주당 “한, 대행 자리 이용해 선거운동”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차기 대선일을 공고한 이후 ‘공정한 선거 관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2017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를 열며 자주 관련 지시를 한 것과 대비된다.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의 각종 비판에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한 권한대행의 공개 발언을 보면, 한 권한대행이 공식 석상에서 공정한 대선 관리와 대선 기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언급한 건 파면 당일인 지난 4일과 대선일을 공고한 8일이 전부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계부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킴과 동시에 선관위와 적극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한 권한대행은 당일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통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세 가지 무거운 책임 중 하나로 “차기 대선 과정의 공명정대한 관리”를 언급했다. 그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차기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이유 중 하나로 “대선 관리”를 들기도 했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대선 날짜를 공고하며 공직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당부했다.

이후 이날까지 17일간 ‘공정 선거 관리’ ‘정치적 중립 준수’ 발언은 멈춰섰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총리공관에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 경찰 지휘부를 초청해 탄핵심판 기간 치안 유지 노력을 격려했지만 대선 관리를 당부했다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8년 전인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대조된다. 당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파면일부터 주요 회의 때마다 철저한 선거 관리를 공개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2017년 3월10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일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선거 관리에 철저히 대비하라”며 “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토록 엄격히 관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그날 김용덕 당시 중앙선관위원장과 통화해 “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도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그달 1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5·9 대선일을 공고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달 16일과 23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도 “공직자의 선거 중립” “대선 관리 등에 역점”을 언급했다. 대선을 43일 앞두고 연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재차 유사한 당부를 했고, 이후 같은 회의를 한 차례 더 주재하는 등 대선 직전까지 선거 관리를 강조했다.

조기 대선을 관리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태도가 달라진 데는 한 권한대행이 점점 출마 쪽으로 기우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지난 24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출마 계획이 있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이 오는 29일 정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르면 다음 날(30일)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출마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선 관리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판이 자꾸 선수로 뛸 듯 말 듯 해서 많은 혼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직자는 공직자의 책무가 뭔지를 언제나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가타부타 말없이 권한대행직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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