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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대다수 고속버스 업체들이 수송 인원과 매출 감소로 경영난에 빠졌다. 사진=뉴스1

“이대로 가다간 다 망합니다.”
4월 14일 만난 고속버스 업계 관계자가 한 얘기다. KTX 등 철도 가격이 너무 저렴해 고속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고속버스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수송 인원과 매출이 점차 감소하며 경영난에 빠졌다. 그는 “하루빨리 철도 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만 고속버스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2년 만에 고속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벌써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철도 요금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 상황이라 경쟁이 힘든 와중에 고속버스 가격만 오를 경우 이용객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속버스 업체들의 생존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반드시 철도 요금도 함께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가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시외버스 경영 개선 방안에 대한 검증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운임 조정안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 버스 업계의 운송 원가, 수입 등 경영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가 이런 행보에 나선 건 버스연합회가 최근 시외(고속형) 24.2%, 시외(직행·일반형) 17.0% 인상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시외·고속버스 요금은 2022년 11월과 2023년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씩 인상됐다. 당시 정부는 업계의 요청에 따라 10% 요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물가 부담을 고려해 두 차례로 나눠 이를 반영했다.

대다수 업체가 심각한 경영난고속버스 업계가 2년 만에 다시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악화한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인건비뿐 아니라 국제유가 등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고속버스 이용객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자연히 주요 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했다.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주요 11개사의 연도별 매출액을 살펴보자. 2019년 이들의 합계 매출은 5850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44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용객은 3240만 명에서 2180만 명으로 줄었다. 가격 인상 효과를 앞세워 줄어든 매출액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 대중교통 수단인 철도 요금 때문이다.




실제로 철도 요금은 2011년에 평균 2.93% 오른 후 1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일반 기업들이 운영하는 고속버스와 달리 KTX 등과 같은 철도의 경우 공공기관이 경영을 맡고 있다. 매년 큰 폭의 적자가 나면 일반 기업은 결국 망하지만 공공기관은 다르다. 정부에서 혈세를 투입해 재정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격 동결이 가능하다.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만 하더라도 운행할수록 적자가 나며 누적 부채가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코레일 측은 KTX 운임의 상향 조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매번 수포가 되었다.

철도 요금 정상화 필요해

올해도 한종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3월 간담회를 열고 KTX 운임을 17%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KTX 요금이) 14년째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전기요금 등 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올해도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습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공공요금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현재 KTX 운임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물가안정법에 따라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면 기재부 장관과 미리 협의를 거쳐야 한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다 지하철과 하수도 등 다른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서민들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해 정부가 KTX 요금 인상을 반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속버스 업계는 불만이다. 한 고속버스 업계 관계자는 “철도와 비교해 요금 경쟁력이 없다는 게 고속버스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인데 이를 막으면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철도와 고속버스 요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KTX 서울~부산 요금은 일반실 기준 5만9800원. 같은 구간 고속버스 요금(프리미엄 기준)은 5만1600원이다. 단 KTX의 경우 지속해서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어 오히려 고속버스보다 더 싸게 탈 수 있는 경우도 나타난다.

KTX 등 철도 가격 동결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고속버스 가격만 10% 넘게 오르면 ‘철도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고속버스 업계 관계자는 “고속버스 요금이 KTX보다 비싸질 수도 있는데 누가 타겠느냐”고 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한국 같은 나라는 없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철도(신칸센 기준) 요금이 고속버스보다 약 3배 넘게 비싸다. 미국이나 영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철도와 고속버스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김용성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고속버스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인구소멸 지역 등의 노선은 폐지되거나 폐지 절차에 돌입하는 실정”이라며 “철도가 닿지 않는 곳까지 승객들은 바래다주는 고속버스가 사라지면 국민들의 이동 편의성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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