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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브랜드 ‘롬앤’ 공동창업자
미국 스타트업 ‘뷰블’로 이직
“화장품 사랑하는 코덕들이 수익 낼 수 있었으면”
뷰티 인플루언서 겸 뷰블 총괄 디렉터 민새롬이 지난 10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남=권현구 기자

지난해 수출 100억달러(약 14조2630억원)를 돌파하는 등 맹렬한 기세로 성장하는 K-뷰티의 바탕에는 ‘코덕(코스메틱 덕후)’이 있다. 화장품을 사랑하는 코덕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블로그,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자신의 덕질을 알렸다. 그 결과, K-뷰티는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주류가 됐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롬앤’의 공동 창업자 민새롬은 성공한 코덕이다. 덕질의 대상이던 화장품을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했다. 브랜드명에는 자신의 이름 ‘롬’을 넣어 ‘롬앤’이라고 지었다. 이후 롬앤은 10년 만에 직원 100명 규모, 연 매출 2000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롬앤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민새롬은 미련 없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롬앤을 떠나 미국 스타트업 ‘뷰블(Beaubble)’의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합류했다. 코덕들은 “롬앤에서 민새롬이 떠날 수 있는 거였냐”고 반응했다. 성장세가 뚜렷한 롬앤을 떠나 스타트업으로 향하자 갈등으로 퇴사했다는 오해도 쏟아졌다. 민새롬은 명쾌하게 롬앤을 떠난 이유를 밝혔다.

“코덕을 덕질하고 싶어서요. 롬앤은 하나의 브랜드니까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브랜드 운영을 하기도 했지만 진짜 코덕, 소비자이기도 했잖아요. 하나의 브랜드에만 묶이지 않고 콘텐츠 제약 없이 더 넓은 범위에서 활동하고 싶었어요.”

롬앤 떠나 선택한 ‘뷰블’…“전 세계 코덕들의 놀이터”
2019년 미국에서 시작된 뷰블은 코덕과 테크 덕후가 힘을 합친 회사다. 배민, 무신사, 넥슨, NHN 등 쟁쟁한 플랫폼의 베테랑 테크팀과 민새롬 같은 코덕이 모여 만든 ‘코덕 소통 플랫폼’이 뷰블이다. 코덕의 의견을 더 직접적으로 수용하고 누구나 브랜드·제품 등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뷰블의 역할이라고 민새롬은 설명했다. 미국의 인플루언서 ‘루디(Rudi)’가 뷰블을 통해 출시한 ‘주근깨 펜(Berry Freckled Pen)’은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 영국 가수 두아 리파 등이 사용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뷰블의 총괄 디렉터로 합류한 민새롬은 구독자 9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캡처

하지만 한국에서 뷰블은 아직 낯선 회사다. 뷰블이 국내에서 선보인 뷰티 브랜드는 ‘글맆(GLYF)’이 유일하다. 가수 전소미가 개발에 직접 참여한 하이라이터 등이 출시됐지만 아직 국내 유명세는 롬앤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롬앤의 민새롬’이 뷰블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팬들을 새 회사를 궁금해 했다. 민새롬은 “전 세계 코덕들의 놀이터”라고 뷰블을 설명했다.

뷰블은 글맆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를 로컬라이징(현지화)해 들여올 계획이다.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테크팀의 능력이 발휘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소비자와 시장을 파악한다. 국내·외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투표를 진행하거나 시제품 사용 영상을 다수의 소비자와 공유하는 식이다. 소비자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기도 한다. 기술 기반의 철저한 시장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제품 출시 부담이 적다.

“코덕들이 함께하고 진짜 모두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걸 기획하고 있어요. 진짜 소비자, 진심으로 이 산업을 사랑하는 코덕들이 저처럼 ‘덕업일치(덕질의 대상과 직업이 일치하는 것)’해서 수익도 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이 산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랑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 뷰블을 선택한 거예요.”

“제게 화장품은 일이 아니라 덕질이에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민새롬은 색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어 컬러리스트가 됐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화장품 업계에서 장기를 발휘하기로 했다. 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백화점 1층에서 해외 브랜드 제품을 사던 두근거림과 행복이 직업이 됐다.

2012년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2016년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의 구독자는 93만명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개설 3년 차였던 2014년에 파워 블로그로 인정받았다.

뷰블의 총괄 디렉터로 합류한 민새롬은 구독자 9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캡처

파워 블로거로, 이후 롬앤의 디렉터로 약 13년간 일하면서 민새롬은 쉬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코로나19가 겹쳐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다들 가지는 퇴사 후 재충전의 기간도 갖지 않았다. 뷰블 입사가 확정되자 곧장 출근했다. 그래도 번아웃은 오지 않았다.

“아이돌 덕질하는 덕후가 콘서트 가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게는 일이 아니라 덕질인 거죠.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재미없는 일도 있지만 ‘출근하기 싫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지금은 채널의 거의 모든 영상에 출연하지만 민새롬은 언젠가 화면 뒤로 빠질 생각도 하고 있다. 민새롬 개인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재미로 채널을 찾는 방문자가 늘어나길 바라는 소망이다. 민새롬은 출연자가 아닌 기획자, 감독 등의 역할을 맡는 식이다. 민새롬은 “이제 유튜브 채널 자체가 제가 없어도 굴러갈 수 있는 채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덕질이 밥 먹여주는 연결고리 만들고 싶어요”
민새롬은 더 이상 자신을 코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코덕을 덕질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전에는 화장품 자체를 사랑했다면 이제는 화장품을 사랑하는 사람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화장품이 싫어진 게 아니라 ‘가치가 떨어졌다’는 게 민새롬의 표현이다. “일을 시작하니까 주변에 항상 화장품이 있잖아요. 돈을 모아서 사던 백화점 화장품도 시장 조사 차원에서 법인카드로 구매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설레고 사랑하는 감정이 줄어들면서 휴덕기(덕질을 쉬는 기간)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민새롬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는 코덕 때문이다. 지금 활동하는 코덕의 모습에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본다. 새로운 화장품 소식에 설레하고, 한정한 화장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코덕의 열정이 민새롬의 가슴을 뛰게 한다.

뷰블의 총괄 디렉터로 합류한 민새롬은 구독자 9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에서 뷰티 브랜드 '꽃빵'의 리브랜드 과정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캡처

막대한 자본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가보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화장품을 사랑하는 코덕들이 수익을 냈으면 하는 게 민새롬의 바람이다. “결국에는 코덕들도 나중에 수익 창출을 했으면 좋겠어요. 덕질이 밥 먹여주는 그런 연결고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뷰블로의 이직 또한 이 같은 꿈의 연장선에 있다.

민새롬은 과도기에 있는 K-뷰티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전에는 스킨, 로션 등 기초 제품과 쿠션 등 베이스 메이크업에서 K-뷰티가 시장을 선도했다면 이제는 색조 제품 또한 인정받는다. 다만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유행도 빠르게 지나간다. 예를 들어 한 제조사에서 새로운 제형을 개발했다면 여러 브랜드에 같은 제형이 제공되고, 브랜드는 다르지만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쏟아져 나와 유행이 됐다가 금세 사라지는 식이다.

“혁신은 제조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고 브랜드와 소비자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처럼 마이크를 쥐고 있는 인플루언서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뷰블에 온 것도 있죠. 이제 우리가 돈은 좀 벌었으니까 조금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할 때에요.”

다시 출발선에 선 민새롬…시즌3 계획은
롬앤에서의 시즌1을 마무리하고 뷰블에서의 시즌2를 여는 민새롬의 시즌3는 어떤 모습일까. 민새롬은 “시즌3은 없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롬앤에서 시즌2를 생각해본 적 없듯 뷰블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다만 롬앤이 성장하는 만큼 자신이 성장하는지 확신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목마름을 느껴 시즌2의 시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민새롬은 “시즌2에서 무언가에 목마른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시즌3는 없겠죠. 저는 뷰블에서 그 목마름이 거의 채워질 것 같아서 시즌3는 정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뷰티 인플루언서 겸 뷰블 총괄 디렉터 민새롬이 지난 10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남=권현구 기자

2년 전 민새롬은 자신을 시장의 플레이어이면서 감독이라고 표현하며 궁극적으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직원 100명이 넘는 롬앤에서 디렉터로 일하며 실무를 할 일이 많지 않을 때였다. 그러나 소규모 스타트업 뷰블에서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다시 실무에 손을 대며 민새롬의 목표는 바뀌었다.

“최종 목표는 플레이어와 감독 전환이 쉬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 상황에서는 플레이어, 저 상황에서는 감독, 그렇게 자유자재로 바꾸는 게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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