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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또다른 부작용 고삐풀린 불법 의료광고
심각한 부작용 숨기고 효과만 과장… 위험한 마케팅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온라인 광고를 통해 주름살을 제거하고 처진 눈을 올려준다는 ‘하안검 수술’을 알게 됐다. 수술을 결심한 그는 4시간이 걸려 서울의 한 피부과로 향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수술 비용은 광고와 달랐다. 온라인 광고에는 검사비가 39만원이었는데, 병원에선 각종 명목으로 92만원을 요구했다.

A씨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의료광고 피해 사례다. 저질 의료광고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양산하고 있다. 할인 행사를 홍보해놓고 특정 시술은 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꼼수를 부리거나, 시술 효과가 반영구적이라고 과장하면서 부작용은 설명하지 않는 등 의료광고 피해가 지난해 94건 접수됐다.

특히 온라인 공간은 ‘통제 불능’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허위·과장 광고가 난립하고 있다. 의료광고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감시망이 느슨해져 사전 심의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장·허위·오인’ 의료광고 난립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녹소연)가 온라인에 노출된 의료광고 178건(지난해 10월 기준)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의료광고 심의 기준을 위반한 사례는 71.9%(128건)에 달했다. 위반 사항은 총 173건이었다. 부작용 정보를 누락한 광고가 21.4%(37건)로 가장 많았고 시술 행위를 노출한 광고가 15.6%(27건), 오인 우려가 큰 광고도 14.5%(25건)에 달했다.

현행 의료광고는 의료기관명, 진료과목 등 기본정보를 담은 광고를 제외하면 모두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에 설치된 광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의료법(56조 2항)이 명시한 ‘거짓 광고’ ‘비교 광고’ ‘비방 광고’ ‘부작용 정보 누락’ ‘시술 행위 노출’ ‘오인 우려 광고’ 등 14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심의하는 방식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하루 만에 회복” “생기있는 입술” 등 수술 효과를 과장하거나 시술 장면을 노출한 불법 의료광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제공

하지만 온라인에선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하거나 특정 효과를 강조하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압구정의 한 피부과에선 ‘안 아픈 리프팅’이라며 시술 효과를 강조했지만 정작 멍, 붓기 등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관련 내용을 담진 않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홍보 영상에는 의료진이 환자 피부에 필러 주사를 놓는 시술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서울 지역 한 안과에선 시력교정술인 스마일 라식이 하루 만에 회복될 수 있다고 과장했다. 대전의 한 안과에 올라온 수술 후기는 병원 직원이 작성한 글이었다.


이 같은 의료광고가 가장 많이 노출된 매체는 유튜브(39.3%·70건)였다. 인스타그램이 36.5%(65건)로 뒤를 이었고 페이스북 12.4%(22건), 네이버 블로그 11.2%(20건), 네이버 카페 1%(1건) 순이었다. 과목별로는 피부 미용 분야가 많았다. 성형외과가 24.7%(44건)로 가장 많았고 치과 19.7%(35건), 안과 18%(32건), 피부과 14.6%(26건) 순으로 나타났다.

개원의 광고 경쟁 속 감시망 한계

의협이 자체 심의기구를 통해 적발한 불법 의료광고는 2020년 685건, 2021년 691건, 2022년 789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2023년 1206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적발 건수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591건에 불과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의 여파로 분석된다.

의협 관계자는 25일 “지난해 의협 집행부가 의·정 갈등에 집중하면서 (광고심의 지원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한 면도 있고 한정된 인력으로 심의위와 사무국을 운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질 의료광고가 난무하는 원인은 한정된 심의 인력이 늘어나는 의료광고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새로 문을 여는 일반과 의원이 150여곳에 달한다. 의·정 갈등이 불거진 뒤 개원가로 진출한 전문의와 전공의도 크게 늘었다.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초기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광고 경쟁도 격렬해지고,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개원의와 병원 마케터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심의 결과가 5주가 넘도록 감감무소식” 등 반응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에 온라인 광고가 사실상 ‘사후심의’라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한 개원의는 “신고나 적발되지 않으면 (문제 광고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에선 사전 심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은경 녹소연 전문위원은 “의료광고는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분야”라면서 “관련 기관에서 사전 심의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자체 모니터링 체계를 연내 가동해 불법의료광고에 대응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통해 별도 의료광고 모니터링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소비자들의 신중한 접근도 주문하고 있다. 장석권 전 광고규제연구소 소장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주관적 문구와 객관적인 정보가 뒤섞인 영역이 의료광고”라면서 “‘최고·베스트’ ‘아름답다’ 등 증명할 수 없는 문구로 채워진 광고일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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