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덕 "5년간 250만 가구 적절"
수도권 '4기 신도시' 언급하기도
주택 공급 법안들은 무더기 계류
상법개정처럼 '말 바꾸기' 우려도
전문가 "법 통과로 진정성 보여야"
수도권 '4기 신도시' 언급하기도
주택 공급 법안들은 무더기 계류
상법개정처럼 '말 바꾸기' 우려도
전문가 "법 통과로 진정성 보여야"
이재명(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전남 나주시 전남농업기술원 에너지자립형 온실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가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문턱을 낮추는 첫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도시정비사업 공공기여 강화 등 민주당의 그간 정책 노선에서 벗어난 만큼 추진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가 정비사업 속도 가속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추진한 것과 궤를 같이하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호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처럼 선거 이후 ‘말 바꾸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진정성과 관련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통과를 첫 관문으로 평가한다.
이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에 수도권 공약 발표문을 올려 “서울의 노후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통이 편리한 제4기 스마트 신도시 개발을 준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쾌적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4기 신도시 추진 계획까지 거론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공급 확대보다는 규제 강화로 시장을 억누른 것이 결국은 가격 폭등을 촉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이에 대해 “주택은 준비에서 입주까지 최소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는 미리 준비된 게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공급 측면에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본부장은 공급 물량과 관련해 “지난 대선 당시 311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공급이 되려면 5년간 250만 가구는 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시행의 시기와 지역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후보의 규제 완화 방안과 관련, 공공자가 주택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 후보는 앞서 20대 대선에서도 지분 적립형, 이익 공유형, 공공 분양형 등 공공자가주택 6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 적립형은 주택 지분을 수년간 나눠 취득하는 할부 방식이며 이익 공유형은 분양가의 일부만 내고 주택을 소유한 뒤 매각 시 공공에 처분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당시 “분양주택을 일반분양형 외에 지분 적립형, 이익 공유형 등 다양하게 내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후보의 이번 공약이 민주당의 그간 부동산 정책 노선과 차이가 있어 추진 동력과 구체 실현 방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에는 현재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높여주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8·8 공급 대책에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 수도권 공급 확대와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발의된 법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주민과 세입자의 거주권 보호가 필요하다며 법안 논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21만 7000가구의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 후보가 재건축 분담금을 낮추겠다고 한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국회에는 현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폐지 법안도 올라와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경제 정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으로 법안 소위 논의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재초환 대상 재건축 단지가 수도권 47곳 등 전국 68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초환이 적용될 경우 서울 주요 단지는 수억 원의 부담금이 발생하게 된다. 대구·대전 등 지방에서도 2억~3억 원의 재초환 부담금이 적용되는 단지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재초환 전면 폐지 국민청원에 5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했다”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재초환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민주당은 지난해 단 한 차례 심사 이후 법안 논의조차 가로막고 있다”며 법안 재논의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공약이 ‘표심 잡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등 통과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면 공급 활성화 법안 통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특례법만 통과돼도 서울 도심 공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가 반도체 주 52시간 적용 예외,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등에서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재건축 특례법에 대해서도 선거 이후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