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장난감을 비롯한 소비재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장난감 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4일(현지 시각)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스저널 등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 전쟁 희생자는 크리스마스 장난감”이라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장난감 시장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주요 소매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매장 진열대가 텅 비게 될 수 있다"며, 향후 2주 내 공급망 혼란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소량 재고로 운영되는 저가용품 매장이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장난감과 의류, 생활용품을 지목했다.
물류 플랫폼 쉽밥의 케이시 암스트롱 마케팅 책임자(CMO)는 "미국 소매 시스템은 속도와 대량 유통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 체계가 관세로 인해 흔들리면, 마진이 낮고 유통이 빠른 상품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의류·신발협회(AAFA)의 스티븐 러마 회장은 CNBC에 “트럼프의 관세는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라며, “145%의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 평균 관세율은 160%를 넘고, 일부 품목은 200%를 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장난감은 가격에 민감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위험을 가장 먼저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로도 불린다.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약 80%는 중국산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약 177억 달러(약 25조 4,000억 원)어치의 장난감을 수입했으며, 이 중 75%(134억 달러, 약 19조 2,000억 원)가 중국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앤젤레스 완구업체 MGA 엔터테인먼트의 아이작 라리안 최고 경영자(CEO)는 이코노미스트에 “인형용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이 미국엔 없다. 대머리 인형을 팔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하며 "46년 동안 이어 온 사업이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장난감회사 해즈브로 CEO 역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관세를 계속 부과할 경우 쇼핑객들이 장난감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소비 침체는 2008~2009년 대공황 당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며, “당시 장난감 시장은 한 자릿수 중반대 매출 하락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국 장난감협회의 그렉 에이헌 회장은 CNN에 “장난감 생산에는 여전히 많은 수작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인형 얼굴을 그리거나 피규어에 디테일을 입히는 작업은 자동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인건비가 낮고 생산 기술도 갖춰져 있어 장난감 가격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