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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방지’ 목적이라지만 수급자 다수는 병원 이용 적어
“본인 부담 커져 치료 포기할 수도…의료기관 통제가 먼저”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10월부터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 체계가 진료 건당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정액제’에서 진료비에 비례해 액수가 정해지는 ‘정률제’로 전환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의료급여 개편방안을 정책 심의기구인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다. 대상자는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40% 이하(1인가구 기준 월 95만원)이거나 부양 받을 수 없는 자 등으로, 156만명(전국민의 3%) 정도다.

복지부는 현재 진료 건당 1천∼2천원 수준인 의료급여 외래 본인부담금을 의료이용에 비례하도록 진료비의 4∼8%로 바꾼다. 현재 1천원인 1차 의료기관(의원) 본인부담금은 1천원에서 진료비의 4%로, 1500원인 2차 의료기관(병원·종합병원)은 6%로, 2천원인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은 8%로 변경된다. 외래이용이 1년에 365회를 넘을 경우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한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7월부터 연 365회 초과할 시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고 있다.

대신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건강생활 유지비를 월 6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2배 인상한다. 유지비 잔액을 연 최대 14만4천원까지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 연간 잔액은 환급해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또 월 의료비 지출 최대 5만원 상한제를 유지해 한 달에 본인부담금이 2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의 50%를, 5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금의 100%를 환급한다. 1회 진료 시 지출하는 최대 본인부담금도 외래 2만원, 약국 5천원을 넘지 않도록 새로 설정했다.

부양비(부양의무자가 소득 중 일부를 수급자에게 생활비로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금액)를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의 30% 또는 15%에서 10%로 낮춰 수급 대상을 확대하고, 본인부담이 면제되는 산정특례 대상자에 중증치매와 조현병 환자를 새롭게 추가한다. 정부는 추후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률제 전환은 의료기관을 지나치게 자주 찾는 ‘의료 쇼핑’을 관리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겠단 취지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은 유사한 성향의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1인당 외래 진료비(232만3천원)는 1.4배, 외래 이용일수(36.7일)는 1.3배 높다”면서 “그럼에도 수급자의 건강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어 “의료급여 총 지출은 지난해 11조6천억원이며, 2034년에는 약 23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상자 확대 및 보장성 강화 등 정책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자 전체의 90%는 월 평균 외래진료를 5.5회보다 적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0%는 한 달에 채 1회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10년간(2014∼2023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총 진료비를 비교한 결과,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율은 1.99배, 건강보험 증가율은 2.07배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정률제 전환으로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의료급여 환자들은 고령화율, 만성질환율, 장애보유율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갈 수밖에 없다”라며 “보통 사람들에게 1천∼2천원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수급자 중에선 1천∼2천원 때문에 병원을 못 가는 분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4∼8% 정률제로 바뀌면 부담이 커져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30.1%가 장애인이고, 만성질환 보유 비율(69.9%)도 높다.

잔액을 환급해주는 방식의 건강생활 유지비 증액은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수급자들은 생활비가 부족해서 조금이라도 아프면 참고 건강생활 유지비를 환급받으려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는 건강생활 유지비를 1만2천원으로 늘리니 보완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생계가 열악한 사람들이 지원금을 환급받기 위해 오히려 병원에 안 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는 부족한 반면, 수급자만 옥죄려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재정 효율화를 꾀할 거면, (의료급여) 지정 의료기관 평가를 강화하는 등 다른 방법들이 있는데, 추가 공급자 통제 방안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병원을 가는 수급자가 문제라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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