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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사무실서 한국 언론과 간담회
"차기 교황 거론, 영광이지만 웃어넘겨"
교황 '한국 애정' 전하며 "계엄 걱정도"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4일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에서 7개 한국 언론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는 소식을 듣고 "'하하하하' 웃고 끝냈다"고 말했다.
세계적 관심사에 올랐는데도 기대하고 흥분하기보단 담담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 발언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에서 진행한 7개 한국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나왔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최근 이름을 올렸다.

차기 교황이 지녔으면 하는 덕목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잘 듣는 사람."
유 추기경은
"함께 걸어가려면 잘 들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잘 듣는다'는 건 '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들은 것을 생활로 옮기는 것'이다.

유 추기경은 한국에 대한 교황의 애정이 컸다고도 전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교황이 "'어떻게 한국에 그런 일이 있느냐'며 걱정했다"
는 게 유 추기경 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4일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을 가리키고 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생각은.


"하하하하 웃으며 끝났다.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끝이었다. (최근 외신이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한 데 대해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부모님은 아들·딸을 구별하지 않고, 잘하고 못하고를 구별하지 않고 특징대로 본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다. 교황으로 언급되는 건 영광이다. 다만 예상은 틀림없이 틀린다(웃음)."

-차기 교황에 바라는 자질은.


"다음 교황은 참 어려울 것 같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각자 자기 목소리가 너무 크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안 들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함께 걸어가기 위해 중요한 건 잘 듣는 것이다. 잘 듣지 않으면 잘 못 걸어간다. 사랑하면 듣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듣는다. '복음 말씀을 듣는다'는 건 생활로 옮기는 것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차기 교황 후보로 누구를 뽑을지, 교회 앞에서의 책임을 가진 채 지켜보고 있다."

유흥식(뒷모습) 라자로 추기경이 24일 성직자부에 소속된 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유 추기경은 기자들과 있을 때 마주친 모든 이와 친근하게 인사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추기경단에서의 콘클라베 논의는.


"추기경 회의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콘클라베 일정은 다음 달 6일쯤으로 추측해 본다. (투표와 별개로) 추기경 간 대화가 이뤄진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차기 교황은 어떤 분이어야 하는가'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누군가에게 표가 모일 것이다. 나도 추기경 회의에서 말할 3분짜리 발언을 준비해 놨다."

-교황은 개혁적인가.


"교황에 대해 '개혁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런데 나는 교황을 개혁적이라고 표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교황은 가장 '복음적'이다. 복음대로 살면 쇄신하고 변화하지 않을 수가 없을 뿐이다. 예를 들어 '원수를 사랑하라' '가장 약한 사람에게 베풀라'는 말씀처럼 개혁적인 게 어디 있나. 성인·성녀들은 복음대로 사신 분들이다."

-교황은 어떤 인물인가.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을 맡은 유 추기경은 교황과 매우 가까웠다.)

"교황은 모든 이를 받아주고 사랑했다. 엄청난 모범을 보여줬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사셨다. 마지막까지 내놓으시고 멋있게 가셨다.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건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따르고 싶은 분이 있으니 참 행복하다. 본받을 이가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많은 이에게 '본받고 싶다'는 마음을 주고 가셨으니 대단하다."

24일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 복도에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 그림이 걸려 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한국에 대한 교황의 애정은.


"장관으로서 교황에게 여러 말씀을 드리곤 했다. 한국에 대한 모든 걸 보고했다. 교황은 한국에 대해 굉장히 잘 아셨다. 세월호 참사 5일 뒤에도 말씀을 드렸다. 12·3 계엄에 대해서도 교황은 잘 알았다. 나한테 '어떻게 그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냐'고 걱정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하니 '빨리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고민 끝 기자들과 만난 이유는.


"교황은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도 교황을 사랑했다. 이에 교황 선종이라는 큰 사건을 계기로 교황청의 사람으로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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