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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매출 18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
사실상 독과점 구조 40년 이어져
전문가 “유통 주체 간 경쟁 촉진해야”

지난해 가락시장 5대 청과(채소·과일) 도매법인의 합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금(金)사과’ ‘금(金)배’라는 말이 나온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동화청과, 대아청과 등 이른바 가락시장 5대 청과 도매법인의 총매출은 18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7억원으로 17%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379억원으로 18%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2%였다. 농산물을 소매 유통하는 이마트(0.7%), 롯데마트(0.9%) 등 대형 할인점 영업이익률이 1%에 못 미친 걸 고려하면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

통상 농산물은 생산자→도매시장 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 경로로 유통된다. 도매법인들은 경매를 주관하며 농산물을 수집하고 가격을 매기는 역할을 한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20%를 차지하는 가락시장에는 농협공판장과 함께 앞서 언급한 5대 청과법인 등 총 6개 청과류 도매법인이 있다.

이들은 출하자로부터 경매 낙찰가액(거래금액)의 4~7%를 수수료로 챙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평균 20%대의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 덕에 배당도 넉넉히 챙긴다. 올해 5개 도매법인 중 4개 법인이 총 141억2500만원을 배당했다.

도매법인은 정부가 1985년 가락시장 등 공영 도매시장을 세우고 특정 도매상에게 경매를 주관하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농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정부가 사실상 도매법인의 독과점을 허용해 도매상인의 고수익을 보장해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5대 도매법인은 모두 농산물 사실상 유통과 무관한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동화청과는 원양어업 업체인 신라교역이,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 및 호반건설이 소유한다. 또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주 서성환 선대 회장의 장남 서영배 회장이 운영하는 건설회사 태평양개발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국청과는 학교법인 서울학원 일가의 경영 컨설팅 업체인 더코리아홀딩스가 운영한다. 특정 도매법인이 시장의 안정성보다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추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배춧값이 급등한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선 도매법인 독점의 농산물 경매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왔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영업이익 20%대를 꾸준하게 보장받는 회사는 거의 없다. 2022년 고유가에도 정유사들이 누린 영업이익은 6%대였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동안 농산물 유통시장은 철강·건설사들의 수익창출원이 됐다”라고 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개설(2023년 11월)하는 등 농수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출범 첫해 거래액 673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유통 비용률은 7.5%포인트(p) 줄었고, 농가 수취가격은 3.6% 상승했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을 향후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5~10년 단위로 도매법인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출범한 40년간 도매법인이 재지정된 적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수산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선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윤두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특정 도매법인을 통해서만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는데, 이들은 책임 하에 매수를 하는 게 아니라 수수료 장사를 한다. 그래서 안정적인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거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유통 주체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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