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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항소심, 지난해 10월 판례 인용
대법 전원합의체 주심 대법관도 참여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1차 심리 이틀만인 24일 두 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전례 없는 기일 공개와 속도전에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도 그 의도를 두고 술렁인다. 6·3 대선 전 선고를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데, 대법원이 불과 6개월 전 ‘이재명 항소심 무죄 판결’과 판박이 판례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 사건 전합 주심인 박영재 대법관이 속한 소부(대법원 2부)에서 내놓은 판례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지난달 26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지난해 10월31일 선고된 대법원 공직선거법 판례(정읍시장 판례) 사건번호를 판결문에 6차례 직접 인용했다. 고 김문기씨와의 골프 관련 발언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사건번호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골프 관련 발언 및 백현동 개발 국토부 협박 발언에 무죄를 선고하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2차례 언급했다. 이 역시 정읍시장 판례에 언급됐다.

항소심 무죄 판결에 놀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참여한 2020년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전합 판례가 ‘이번에도 이재명을 구했다’고 지적했지만, 해당 전합 판례는 국토부 협박 무죄 판단에만 1차례 직접 인용됐다. 항소심 무죄 판단 큰 뼈대는 다른 판례에 있었던 셈이다.

6개월 전 나온 ‘판박이’ 판례

이학수 정읍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됐다. 상대 후보는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추가 매입한 땅이 있는데, 그곳과 꽤 떨어진 구절초공원을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두고 사익 추구 목적이 의심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라디오·텔레비전 토론회, 보도자료, 카드뉴스를 통해 ‘알박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언급했다. 1심과 항소심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기 목적을 인식하도록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에서다. 라디오와 티브이 토론회 발언은 허위이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작성된 보도자료와 카드뉴스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권영준·오경미·박영재) 판단은 달랐다. 유죄로 올라온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여러 표현 행위가 일시와 장소를 달리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별 행위별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티브이 토론회 발언 내용까지 함께 고려해 라디오 토론회 발언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한 잘못이 있다” ”‘알박기’ 등 표현은 이해충돌 여지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토지 보유를 지적한 부분은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한 배경 사실로 제시된 것이다” “진실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고, 허위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중요 부분이 아닌 지엽적 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특히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표현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공직선거법에 말하는) 사실을 공표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정읍시장 판례에 대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3부는 지난 2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발언 잘게 쪼갰다? 대법 판례 따랐다

정읍시장 사건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구성 방식과 대법원 무죄 판단 논리는 이 후보의 항소심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검찰은 이 후보가 2021년 4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한 골프 관련 발언들을 하나로 묶어 포괄일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재명 항소심 재판부는 정읍시장 판례처럼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나온 발언들을 하나로 묶지 않았다. 각각의 발언이 나오게 된 질문 등 그 맥락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읍시장 판례는 또 티브이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4가지로 쪼개 △사실 공표인지 의견 표명인지 △허위사실·사실·의견이 혼재됐는지 등을 판단했는데, 이 후보의 항소심 재판부도 이재명 발언을 3가지로 쪼개 판단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후보 전체 발언을 3가지로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허위사실공표죄를 다루는 대법원 판결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 후보 발언을 검토한 항소심 재판부는 “질문 자체에 골프 동반 의혹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외부의 제3자가 제기한 의혹을 기초로 피고인 발언의 목적을 추론하고 의미의 외연을 확장했다.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표현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는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검찰 주장의 잘못을 지적했다. 정읍시장 판례 역시 “사후적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위축·봉쇄하게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 후보 항소심 재판부도 이 판례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국토부 협박 발언은 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며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표현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사실을 공표하였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정읍시장 판결 등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두 번째 기일을 열어 사건을 심리한다. 연합뉴스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이 후보의 운명을 가를 이번 전합 판결에는 대법관 14명 중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데, 정읍시장 판례를 남긴 권영준·오경미·박영재 대법관(김상환 주심은 퇴임)도 전합 심리에 참여한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직접 유죄로 파기자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항소심이 가져다 쓴 법리와 사실관계 판단에 비춰볼 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도 어려운 사건이다. 상고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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