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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미국 상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중순 미 상무부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들에게 ‘고객 정보를 분기별로 미 정부에 보고하라’고 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내용이다. 미국의 각종 제재에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립도가 향상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마저 잠식할 수 있는 규제의 역설을 미국 정부에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미국 상무부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첨단 반도체 및 집적회로에 대한 추가 실사 조치’에 관한 잠정최종규칙(IFR)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 연방 규칙 제정 포털에 공개된 의견서에서 삼성전자는 “삼성은 해당 규칙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이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 혁신을 저해할 우려를 완화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문서에서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우려하는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개될 경우 영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밀문서도 제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현재 미국 측과 소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월부터 시행 중인 규제에 대해 미 상무부는 지난달까지 업계 의견 수렴을 마쳤고 조만간 ‘최종 규칙’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장비기업인 AMAT·KLA과 미국반도체협회(SIA) 등도 상무부에 이에 관한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의 파운드리 규제 어떻길래
삼성전자가 지난달 1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첨단 반도체 및 집적회로에 대한 추가 실사조치’에 관한 임시 최종 규칙(IFR)에 대한 의견서.
삼성전자가 우려한 이번 규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인 1월 16일 발표했다. 파운드리 업체가 14~16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의 공정으로 트랜지스터 기준 300억개 이상 집적된 반도체를 제조할 때는 고객의 신원을 파악해야 하고, 이를 미국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당시 앨런 에스테베즈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은 “파운드리 기업들이 제조한 반도체가 블랙리스트 기업에 흘러가지 못하게끔 기업들이 검증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스타트업 ‘소프고’ 명의로 TSMC에서 칩을 우회 제조한 사례를 앞으론 막겠다는 의지였다. 이번 규제로 미 상무부는 소프고 등 의심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고, 삼성전자·TSMC·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테스트 기업 24곳에 고객 검증 책임을 지웠다.



규제할수록 커지는 中반도체 역량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는 이번 규제의 역효과를 우려한다. 파운드리 기업들이 수주한 고객사 정보를 미국에 분기마다 보고해야 한다면 기존의 기존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고객사는 모두 SMIC 등 중국 파운드리로 빠져 나가고, 결국 거대한 중국 시장 전체를 놓치게 될 거란 의미다. 특히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타격이 클 수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랜드포스]
게다가 이런 규제는 결국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더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TSMC·인텔 등은 모두 해당 규제 대상이라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은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에 칩 제조를 의뢰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다양한 고객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술력이 축적되는데, 미국의 규제가 중국 파운드리에 고객사를 밀어주면서 기술 자립을 돕는 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TSMC 출신을 대거 영입한 중국 SMIC는 지난해 4분기 세계 파운드리 3위(점유율 5.5%)다. 2위 삼성전자(8.1%)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이제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자는 TSMC(67.1%)가 아니라 SMIC’란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반도체협회도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미국의 제조·고용·핵심 기술 분야 리더십이 저해되지 않도록 수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규제가 장기적으론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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