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 단계서 구속 사유 인정 어려워"
산림보호법상 실화 혐의를 받는 50대 성묘객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4일 대구지법 의성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의성=뉴스1
경북지역 5개 시·군을 휩쓴 대형 산불을 유발한 최초 실화자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공병훈 영장 전담 판사는 24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묘객 50대 A씨와 과수원 임차인 60대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공 판사는 "피의자들의 실화를 입증할 주요 증거들이 이미 수집돼 있고 실화와 다른 원인이 겹쳐 수 만㏊에 달하는 산림이 소훼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의자들의 행위와 인과 관계가 있는 피해 범위를 확정하는 부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제출된 수사 기록만으로는 주거 부정, 도망 및 증거 인멸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법원에 출석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B씨는 "절대 불을 내지 않았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성묘를 하다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나뭇가지 등 쓰레기를 태우다 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불이 나자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며 직접 신고했다. B씨는 같은달 22일 오후 2시 40분쯤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과수원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B씨가 낸 불씨는 강풍을 타고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일대로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산불은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으로 확산해 26명이 숨졌고, 산림 피해 면적은 9만9,000ha에 이른다. 경북도는 이번 산불 피해 규모가 공공시설만 1조435억 원이고, 복구비는 2배가 넘는 2조6,53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