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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검사 '엑소더스'
퇴직 3명 중 1명은 10년차 이하
툭하면 야근에 특활비조차 삭감
수사환경 악화·정치압박 맞물려
"조직에 미래 없다"···자긍심 바닥
퇴직 후 불확실성도 이탈 부추겨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최근 검사들이 잇따라 검찰을 떠나는 데는 악화된 수사 여건, 정치적 압박과 조직 내 자긍심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개혁 논의가 재점화되자 조직 내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저연차 검사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이 흔들려 미래가 불투명하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이 사실상 해체될 수도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퍼지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퇴직 검사 40명 중 근무 연수 10년 이하의 평검사는 11명으로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젊은 검사들이 전체 퇴직자의 3분의 1에 가까운 셈이다. 근무 연수 10년 이하 검사들의 퇴직 비율은 2018년 24.3%(74명 중 18명), 2019년 17.1%(111명 중 19명)로 감소했다가 2021년 27.8%(79명 중 22명)로 다시 증가했고 최근에는 2023년 29.7%(145명 중 43명), 2024년 26.5%(132명 중 35명) 등 2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에 응한 저연차 검사들은 최근 정치권이 추진하는 ‘공소청 설립’ 등 검찰 개혁 논의로 조직 내부의 사기와 업무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수도권 소재 한 평검사는 “최근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서 경찰과 공수처가 아닌 검찰의 수사력이 법정에서 인정받았는데도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조직의 존재 가치 자체가 깎이고 있다”며 “현장 검사들의 자긍심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저하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라리 업무량이 줄어들 테니 무리하지 않고 칼퇴근이나 하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저연차 검사들 사이에서는 “빨리 로펌으로 옮길 준비를 해야겠다” “법조 경력 7년만 채우고 판사로 전직할 생각이다” 같은 말이 자주 오간다고 한다. 올해부터 법원의 경력법관 지원 자격이 법조 경력 5년에서 7년으로 강화됐지만 검사들의 이탈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저연차 검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보상 없는 희생으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판사와 변호사의 정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검사 정원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업무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방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는 4년 차 평검사는 “사건 처리 업무만 해도 많은데 형 집행, 피해자 보호, 국가 송무 등 사건 외적인 잡무까지 모두 평검사 몫으로 돌아온다”며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지만 관리직이라는 이유로 초과근무 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2년마다 근무지가 바뀌어 주말부부로 지내며 육아나 가정생활을 거의 포기한 동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평검사는 “업무 부담은 매년 늘어나는데 금전적인 보상이나 동기 부여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간부급 검사들은 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사명감’과 ‘책임감’만 강조하며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관들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로 피의자 조사 권한까지 잃게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특수활동비가 삭감돼 수사 환경이 더 나빠졌다. 마약 범죄 수사의 필수적 예산인 위장 거래 비용 400만 원은 아예 배정되지 않았고 해외 범죄 수사 공조도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국외 도피범 전담 수사관들은 출장비조차 받지 못해 사비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다. 올해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460건)의 절반 수준인 254건으로 급감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직원들에게 개인 비용으로 수사를 진행하라고 할 수도 없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압박 역시 검사들의 조직 이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사이 퇴직해 변호사로 전향한 전직 부장검사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인사 보복 때문에 정치적 성격을 띤 사건 수사는 검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이라며 “상부에서 내려오는 ‘하명 수사’는 검사 개인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소재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평검사 또한 “잡무와 일반 형사 사건 처리에 매몰돼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현실도 힘든데 정치 사건 수사 이후 좌천된 선배들을 보며 이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퇴직 후의 진로 불확실성은 검사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수사 경력을 갖춘 검사들이 퇴직 후 로펌에서 우대받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축소된 후 법률 시장에서는 검사 출신의 경력에 대해 “시장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검사들의 위상 저하는 법정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올해 2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이 검사에게 “검사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판사가 이를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이라며 일축하고 당사자인 검사가 “눈빛이 별로인 검사가 발언하겠다”고 응수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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