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24일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다.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반탄'(탄핵 반대)와 '찬탄'(탄핵 찬성)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 일원임에도 계엄·탄핵과 관련한 분명한 사과와 반성 메시지를 냈다.
윤 원장은 "말씀드리기에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가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며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고 탄식했다.
윤 원장은 이날 KBS에 21대 대선 전 첫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섰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로 인한 대선이 확정되면 정당은 5회 이내로 TV 및 라디오에서 각 10분 미만의 정강·정책 연설을 할 수 있다.
윤 원장은 이날 권력 앞에 무능했던 국민의힘의 안타까운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당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과거 당대표직에서 사실상 강제 퇴출당한 것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연판장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윤 원장은 "국민의힘 행태는 국민에게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고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가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윤 원장은 또 '제2의 윤석열 대통령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차기 대통령은 취임 첫날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림으로써 1호 당원이 아닌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국민 대통령’은 이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윤 원장은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꺼냈다. 그는 "아무리 차분히 바라본다 해도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 상태였다”며 "이런 정치가 그대로인데 정권만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6월에 세워질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징글징글한 정쟁을 뛰어넘어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가 정상화와 경제 안정”을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