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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부터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12·3 내란 주요임무종사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엄군 수뇌부 박안수·이진우·여인형·문상호에 대한 공판이 열렸습니다.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주요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1. 계엄군의 거수경례


오늘 오전 10시 재판 시작을 앞두고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차례로 입장했습니다. 셋 다 전투복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이 전 사령관은 박 전 총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박 전 총장도 이 전 사령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를 받았습니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계엄군 사이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느껴졌습니다.

이 전 사령관은 입정과 퇴정 과정에서 법원의 군 교도관에게 손짓을 해 자신의 가죽 서류 가방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을 참관하러 온 군인권센터는 이같은 상황을 목격한 뒤 "구속된 피고인은 교정당국이 나눠준 에코백에 소송 기록을 넣어 본인이 들고 다닌다"며 이 전 사령관이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군교도관들을 종부리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 12월 4일 새벽 1시에 내려간 계엄사의 '병력파악' 지시


2차 계엄 의혹은 더 짙어졌습니다. 오전 재판에서 이재식 합참 전비태세 검열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차장은 계엄사령부에서 기획조정실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군 검찰은 이 차장에게 '2사단 출동 지시가 나오면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냐'고 물었고 이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지시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이후인 4일 새벽 1시 이후에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이후 증인으로 출석한 권영환 합참 계엄과장도 이 차장 지시에 따라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2사단에 연락해 '출동 명령 시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상황실에서는 '병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고 합니다. 2사단은 전방이 아닌 수도권에 위치해 헬기로 서울 투입이 가능한 부대입니다.


앞서 강호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후 계엄사 관계자가 2사단에 전화해 "출동 준비가 가능하냐"고 문의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문의가 계엄사령부 관계자의 증언으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다만 이 차장은 "2사단 병력 파악을 지시한 뒤 박안수 전 총장에게 다시 보고 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2사단이 출동 준비를 했다는 군 검찰의 지적에 대해선 "소통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3. "특전사가 국회에 있는 줄 몰랐다"는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


계엄 당시 합참 전투통제실에 있었던 이재식 차장은 특전사, 수방사 병력들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군 검찰 :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걸 알고 있었나요?
이재식 차장 : 작전회의실에 불 켜는 것도 오래 걸렸고, TV도 안켜졌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되는 시점에 켜졌습니다. 그때 국회에 군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군 검찰 : 여론조사 꽃에 병력이 간 것 아나요? 정치인 체포에 대해 아나요?
이재식 차장 : 다 모릅니다.

군 검찰 : 4일 0시 30분부터 뉴스를 볼 수 있었다는데 테이저건 사용 이야기가 나온 게 그쯤이었습니다. 방송도 되고 있었고요.
이재식 차장 : 특전사 병력들이 국회에 있다는 것 자체를 저는 그때 모르고 있었습니다. 총장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계셨고, 전화 결과를 말씀해주셨지, 병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계엄군을 지휘했던 계엄사령부 고위 관계자가 군 병력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되는지 몰랐다는 말입니다. 내란 이후 국회에 출석한 박안수 전 총장이 계엄 경위와 군 병력 투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장면과 겹쳐보였습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다면서 2사단 추가 병력 파악을 지시하고, 계엄사 구성을 독촉했다는 뜻인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이후 증인으로 등장한 권영환 합참 계엄과장(대령)의 주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통제실에 TV가 켜진 시점에서 특전사와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에 출동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했습니다. TV 가까이 앉은 사람들이 말했기 때문에 "당시 헤드테이블에 앉았던 박 전 총장 등이 이를 들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권 대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이후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박 전 총장에게 계엄법 내용을 알려줬다 "일머리 없다"고 타박을 들은 인물입니다.



4. 평화적 계엄이라더니…"실제 계엄도 총 들고가지 않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변호인과 이재식 차장의 증인 신문 과정이었습니다.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은 무장하지 않은 수방사 병력들이 출동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이재식 차장은 "계엄과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린다"며 "실제 계엄이라고 하더라도 총을 들고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치안질서 유지의 대상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을 향해 총을 들고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은 당황한 듯 이진우 전 사령관의 지휘관으로서의 판단이 어떠한지 재차 물었고, 이 차장은 "위험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군 병력을 투입해 '평화적 계엄'이라고 주장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알고보니 실제 전시 상태의 계엄이라 하더라도, 치안 질서 유지의 목적이라면 계엄군은 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원칙이었던 셈입니다.




5. 특전사 헬기 진입이 늦어진 이유


12.3 내란 당시 특전사를 태운 헬기가 국회 투입이 늦어진 이유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김문상 작전처장이 참석했습니다. 헬기 진입은 3차례 거부됐습니다. 다음은 군 검찰이 제시한 시간대별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12.3 서울공역 비행진입 관련 보고

22:49 특수작전항공단 602 항공대대 R75(서울공역) 긴급비행 승인 요청했으나 승인하지 않음

22:54 602 항공대대가 2차 비행 승인 요청했지만 응급환자 등 공익목적 제외하고 야간 긴급비행 금지.

23:19 3차 보류.

23:21 JAOC(합동항공작전통제소)에서 602 항공대대 비행관련 사항을 확인

23:31 R75 비행승인 허가


군 검찰에 따르면 밤 10시 49분 특전사를 태운 헬기가 첫 진입 요청 이후 밤 11시 31분에서야 서울 공역으로 진입합니다. 김 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목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헬기를 승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헬기 안에 특전사가 타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합참에도 문의해봤지만 "관련이 없다"라고 답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3차 승인 요청이 들어올 때쯤 "도대체 (헬기에 탄 게) 누구냐"고 여기저기 물었고, 그제서야 특전사인 점, 국회로 간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했습니다.

방공처장, 특전사 참모장 등 사방에서 연락이 왔지만, 결국 승인한 이유는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총장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계엄사령관이 참모총장이라 육군본부에 문의했고, 당시 연락을 받은 조종래 육군정보작전참모처장이 상부의 허가를 받아 "헬기 허용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군 검찰이 '결국 계엄사령관 지시를 받고 나서 승인한 것인지' 묻자 김 처장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뒤이어 증인 신문에 나타난 조 처장도 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군 검찰이 '본인이 임의로 (헬기 진입을) 승인한 뒤에 사후 (박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게 아닌지' 묻자 "아니다. 나는 권한이 없다"라며 명확하게 박 전 총장에게 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 군이 투입되는지도 몰랐다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뭔지도 모르는 헬기를 서울 상공에 진입하라고 승인한 것인지, 알면서 모른다고 하는 것인지 향후 재판에서 더 구체적으로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재판은 4월 30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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