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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로 어르신 대피하러 간
어머니와 연락두절 긴박한 상황에
1600명 마음 모아… 다른 이재민 위한 모금까지
직장인 김동성씨는 지난달 25일 경북 영덕에 사는 어머님과 연락이 닿지 않은 피 말리는 경험을 했다. 왼쪽은 당시 교회 구성원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오른쪽은 영덕에 사는 아버지가 보내온 산불 피해 사진이다. 김동성씨 제공


직장인 김동성(39)씨는 지난달 25일 ‘피가 마른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경북에 난 큰 산불로 부모님 댁이 전소한 것이 속상했지만, 그래도 대피해 안전하신 곳에 계신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5시간 넘도록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셨던 모친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대피시키기 위해 요양병원에 가신 뒤였습니다.

경북 영덕의 작은 어촌마을에 함께 사는 다른 가족과 연락이 됐지만 어머니는 계속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퇴근을 준비하며 김씨는 그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불안했지만, 당장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김씨는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있는 SNS메신저 단체방에 어머니의 소식을 알리며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6명 밖에 없던 곳에 올린 사연은 금세 교회 전체에 퍼졌고 16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어머니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습니다.

직장인 김동성씨의 아버지가 경북 영덕에 산불이 번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김동성씨 제공


김씨의 어머니는 험난한 과정을 겪었지만, 다행히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양병원의 어르신 4명을 모시고 대피하던 길에 갑자기 번진 불로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고, 어르신 1명을 구하던 중 차에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르신 3명이 숨지는 큰 사고가 났습니다. 그의 모친은 구조된 어르신과 함께 지나가던 차를 얻어타고 가까스로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안전이 확인되었지만, 김씨가 다니는 더라이프지구촌교회(김인환 목사) 구성원들의 기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남 산불의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한 것이었죠. 이들은 더불어 이재민을 위한 모금도 시작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 구절을 실천하듯 산불 피해 기금으로 모인 헌금 500만원을 산불로 절망에 빠진 피해자를 위해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김씨도 이 모금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김씨의 어머님 댁엔 교회 재정을 써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고요. 김씨 가족은 산불 피해 관련한 교회 공식 모금이 시작되기 전 십시일반으로 모인 100여만원을 이미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직장인 김동성씨의 부모님이 살던 경북 영덕의 집. 이번 큰 불로 전소해 처참한 모습. 김동성씨 제공


김씨는 힘든 일을 겪으며 여러 사람에게 받은 따스함을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고 했습니다.

“부모님 집은 다 타버려서 없고, 어머님 아버님은 여전히 지역 청소년 수련관에서 지내시고 계세요.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만날 때마다 ‘괜찮냐’며 손을 꼭 잡아주시고 안아주는 그 마음을 온전히 전달받아 저희가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로해 주시는 분 중에는 지금의 삶이 너무 어려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나 나보다 남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그 마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내 옆에 있는 분들이 우리 가족에게 만들어주신 천국을 미리 경험한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천국이 되도록 저도 노력하고 싶어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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