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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조문 현장
지난 21일(현지시각)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23일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을 떠나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운구되는 동안 추모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추모객들은 이날부터 오전 7시~자정 사이 조문이 가능하며, 장례식 전날인 25일은 저녁 7시까지 조문을 할 수 있다. 교황의 장례 미사는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5시)에 거행된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파파(프란치스코 교황)를 본 기분이요?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우리는 그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분의 뜻에 동참하며 기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수녀원에 살고 있는 페루 출신의 엘리사베트 수녀는 23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찾았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아침 9시께 평화로운 얼굴로 관에 누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 있는 교황의 거처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성 베드로 광장으로 마지막 길을 나섰다. 붉은 모자를 쓴 추기경들이 뒤따랐고, 스위스 근위대가 줄무늬 제복을 입고 관 옆을 지켰다. 약 2만명의 성직자, 방문객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지만, 라틴어 성가가 울려 퍼지는 광장은 한없이 고요했다.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는 선명했고, 로마의 햇빛은 교황을 비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사흘째인 2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일반인 조문이 시작됐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 교황의 관이 놓인 모습. 바티칸=연합뉴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조문이 시작된 첫날, 광장 입구는 교황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흘간 예정된 조문엔 20만명가량의 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에 조문을 하려면 기본 4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지만 자리를 쉽께 떠나는 이들은 없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과 장애인은 긴 줄을 서지 않고 배려를 받아 바로 대성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로마시는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하며 더위를 식히도록 도왔다. 콜롬비아 출신의 다니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행복하고, 평온해 보였다”며 미소 지었다.

23일(현지시각) 오전 교황을 조문하기 위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입구에서 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특히 이민자와 동성애자, 가난한 자를 아무런 차별 없이 모두 감쌌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삶을 보여주듯, 오랜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앳되고 젊은 청년들도 많았다.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청년 한나(20)는 기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았다가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그는 “먼발치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을 지켜봤다. 종교는 다르지만, 교황은 그러한 차이에 열려 있는 분이셨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청년인 미카엘라 페레이라는 운구 행렬 첫째 줄에서 교황을 지켜봤다. 페레이라는 “교황은 누구든 포용하는 분이셨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며 그를 기억했다.

23일(현지시각) 교황의 운구 행렬을 지켜본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청년 한나.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바티칸에 모인 세계 각국의 성직자와 신학생은 다시 한번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했던 가르침을 되새겼다. 신부가 되기 위해 바티칸에서 수학 중인 인도 출신의 알빈 프란치스코(24)는 “교황은 기도와 말씀 내용을 그대로 행하는 분이셨다. 신부가 된다면 교황처럼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받들고, 그들을 이해하는 사역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 뒤 남긴 재산은 100달러(약 14만원)에 불과했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가 보도했다. 암비토는 자산 정보 누리집인 ‘셀레브리티넷워스’를 인용해 교황이 사망 당시 미화 100달러 정도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보통 바티칸의 추기경들은 4700달러(약 67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뒤 급여를 마다하고 무보수로 일해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교구별로 설치해 조문을 받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24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할 예정이다. 공식 분향소는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이용훈 주교, 임민균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로마로 출국했다. 교황의 장례미사는 26일 오전10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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