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첫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당시 집권여당의 눈치보기 행태를 가감없이 꼬집었다.
윤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 KBS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저희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려 의원 수십명이 연판장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움직임을 추종하거나 말리지 못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윤 원장이 말한 두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2022년 7월 당 윤리위로부터 성 상납 의혹으로 징계를 받고 사실상 쫓겨난 이준석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용산 외압 논란 속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기현 의원을 가리킨다. 의원 연판장 사건은 2023년 1월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에게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것이다.
윤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했다”며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건 깊은 좌절과 국민 외면뿐”이라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을 언급하며 “계엄은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며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무정부 상태였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차기 대통령에게 세 가지 제안을 했다. 윤 원장은 “첫째로 취임 첫날 당적을 버려 1호 당원이 아니라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좌우 진영 논리에 매몰된 대통령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병든 나라 치료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둘째로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하고, 이는 개헌 대통령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라며 “새 대통령은 2028년 4월 총선·대선을 동시에 치르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취임 즉시 거국 내각을 구성해 정파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물이 경제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40일 앞두고 진행된 당 정강·정책 연설에서 내부 문제를 꼬집은 내용이 담긴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결국 우리 당 후보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한덕수 등판론이 당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나온 통렬한 반성문 아니겠나”(부산 지역 의원)라는 반응이 나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로 인한 대선이 확정되면 정당은 5회 이내로 TV 및 라디오에서 각 10분 미만의 정강·정책 연설을 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윤 전 의원은 1월부터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