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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산에 뿌려줘"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대사입니다. 그런데 정말 죽고 나면 산이나 바다에 뿌려져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요?
현실은 죽은 뒤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곳이 없습니다.

■ 산분장이 뭐길래?

KBS 드라마 <상어> 에 나온 산분장 모습

화장한 유골 가루를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장례 방법을 '산분장'이라고 합니다.

산분장은 그동안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인 법령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봉안시설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산분장을 도입해 독려에 나섰습니다.

봉안시설이 대체 얼마나 부족하기에 그러는 걸까요? 대구의 공설 봉안당 두 곳은 3만 700여 기를 안장할 수 있는데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안장 여력은 단 5기뿐이어서, 국가유공자 등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대구에서만 2043년까지 공설 봉안당 수요가 16만 3천여 구로 예상되는데, 현재 대구의 전체 봉안 능력은 7만 3천여 구에 불과합니다. 수요에 맞춰 봉안당을 계속 더 지으려면 또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유골을 흙이나 바다로 돌려보내는 '산분장'입니다. 정부는 3년 안에 산분장 비율을 3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박문수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
"봉안당도 30년 지나면 다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그동안에 유골함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1세대가 지나면 유골함을 누가 관리할 수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산분장을 하는 그런 사례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보편화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산분장의 실제 수요는 적지 않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장례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가 장례 방법으로 산분장을 선택했습니다.

산분장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국토해양부가 2012년에 진행했던 '해양 산분 위해성'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사람 뼛가루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합니다.

■ 산분장 하고 싶어도 시설 없어


문제는 자치단체들이 산분장 시설 조성에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산분장의 허용 구역은 별도 시설이 마련된 장사시설이거나, 해안선으로부터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바다(환경관리해역, 해양보호구역 제외) 입니다. 별도 시설이 없는 곳에서 마구잡이로 유골 가루를 뿌리는 행위는 여전히 금지입니다.

하지만 대구에서 산분장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정부가 산분장지 조성 비용을 70%까지 지원해 주겠다며 전국 17개 시도의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한 자치단체는 충북 청주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자연장지 마련해 놓은 게 있거든요. 소모되는 거 보고, 또 시민들 산분장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도 추이를 살펴보고 (산분장지 조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 지자체들 "산분장 좋지만… 참고할 지침 없어"

자치단체들이 산분장에 소극적인 이유는 구체적인 모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묘역 설계나 입지에 대해 합의된 기준이나 정부 지침이 없어서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합법화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공동 헌화대를 마련해 준다든지 '이 공간에 오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님이 여기 계시지'라고 기억할 수 있을 만한 상징적인 장소로 꾸며주셔야 하는 거죠."

스웨덴 ‘우드랜드’ - By Hans Lindqvist

산분장이 가장 활성화된 국가인 스웨덴의 사례를 우리도 참고해볼 만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시립묘지 우드랜드의 '회상의 숲'은 소나무 숲에서 산분장을 할 수 있습니다. 숲속 가장 높은 곳에는 헌화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유가족은 이 숲을 따라 걷기만 해도 고인을 되돌아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셈이죠. 공원으로 되어있어 거부감이 낮은 것도 장점입니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피할 수 없는 고령화 시대, 점차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전 국토의 납골당화'를 막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르는 산분장.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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