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재지정한 지 한 달이 지나며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토허제 대상지 안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 매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전월세 물량이 줄어 임대료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제도 적용 대상으로 정한 가운데,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토허제 지정 관련 가이드라인'을 지난 21일 내놨다. 가이드라인은 토허제 아파트 거래 관련 실거주 의무 기간 2년, 기존 주택 보유자 신규취득 가능, 재개발·재건축 지역 입주권과 분양권 포함 등 토허제가 적용되는 세부기준을 설명했다. 다만 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대한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언급되지 않았다. 토허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진 셈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번에 마련한 가이드 라인을 바탕으로 실태 조사 등 사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인데 비아파트는 단속대상에서 빠진다.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커지고 있다. 한 아파트 내에서 주소가 용산구와 마포구로 나뉘는 등 행정구역이 혼재돼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된 단지도 있다. 서울 송파구와 성남·하남시가 섞인 위례신도시에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규제 여부가 갈렸다. 아파트만 콕 집어 규제하다 보니 맹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용산구에 있는 고급 주택 ‘한남더힐’은 32개 동 가운데 11개 동이 4층 이하로, 건축물 용도가 연립주택이어서 규제에서 제외됐다. 용도상 5층 이상 공동주택은 아파트, 4층 이하 공동주택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24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립주택으로 분류된 한남더힐 111동 펜트하우스(243㎡)는 지난달 14일 175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연립주택인 한남유림빌라는 174㎡ 50억원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시행 당일인 지난달 24일 이뤄진 거래다. 한남더힐은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섞여 있어 동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여부가 다르다. 한남더힐의 건축물 대장을 보면 32개동(600가구) 중 11개동(83가구)은 연립주택이다. 불과 1년 전 120억원이던 동일 단지 매매가와 비교하면 무려 55억원이나 오른 역대 최고가 거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고급 주택인 삼성 타워팰리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단지는 주상복합으로,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이 함께 들어서 있다. 이 중 아파트는 이번 토허제 대상이지만, 오피스텔은 규제를 피했다. 이에 따라 타워팰리스 1차 오피스텔 전용 89㎡가 작년 9월 24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또 송파구 신천동 시그니엘 레지던스(롯데월드타워앤드롯데월드몰 오피스텔)도 오피스텔 분류돼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을 받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9년 처음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중동 특수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땅 투기 억제를 위해 토지거래허가·신고제 도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권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건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다. 그해 6월 1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 차단을 위해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잠삼대청)을 규제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