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독일 광섬유 통신망으로 양자 키 분배 구현
초저온 장비 없이도 안정적 데이터 전송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가 양자 정보 통신으로 연결된 가상의 모습./챗GPT4o


독일에서 상용 광섬유 통신망을 이용해 양자 정보를 254㎞ 거리까지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양자 통신을 구현한 사례로, 해킹 불가능한 ‘양자 인터넷’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바 유럽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양자 통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빛 입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양자 키 분배(QKD)’는 정보를 암호화하고 해독하는 데 필요한 비밀 키(암호 키)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양자역학의 특성 상 누군가 도청이나 해킹을 시도하는 순간 빛 입자의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하지만 기존 광섬유 기반의 양자 키 분배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빛 신호가 약해져 100㎞를 넘기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통신 거리를 늘리기 위해 트윈 필드 양자 키 분배(TF-QKD)라는 방식에 주목했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 대신, 중간에 중계기를 두고 각각 신호를 보내 중계기에서 정보를 합치는 구조다. 신호의 손실을 줄이고 먼 거리에서도 정확한 통신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켈, 키르히펠트 세 도시를 잇는 254㎞ 길이의 상용 광섬유 통신망에서 양자 통신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통신 실험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양자 통신의 핵심은 멀리 떨어진 두 지점에서 보낸 빛이 같은 박자(위상)로 진동하도록 맞추는 것이다. 이를 ‘결맞음’이라고 하며, 빛의 박자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오차가 커져서 비밀 키 생성이 어렵거나 보안이 약해진다.

특히 상용 통신망을 이용하면 수많은 신호가 함께 전송돼 빛 신호가 방해받거나, 광섬유의 온도 변화, 진동으로 빛의 박자가 조금씩 어긋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중앙 중계기에서 두 송신자에게 박자의 기준이 되는 빛을 보내도록 했다. 각 송신자는 이 빛에 맞춰 자신들의 빛 신호를 정밀하게 동기화했다. 이렇게 조율된 신호는 다시 중계기로 전달되고, 중계기는 두 빛을 분석해 암호 키를 생성한다.

동시에 양자 통신에 드는 비용도 낮췄다. 양자 통신을 하려면 빛 입자를 각각 감지하는 초전도 센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장치가 섭씨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만 작동해 고가의 냉각 시스템이 필수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영하 30도 수준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센서로 대체했다. 장비 가격과 크기 각각 100분의 1, 10분의 1 수준으로 상용화하기에 적합하다.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은 하루 7시간 이상 연속으로 통신을 유지해도 오류율이 매우 낮았다. 연구진은 “초당 약 110비트의 속도로 비밀 키가 생성됐다”며 “실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보안 통신 속도”라고 설명했다.

김용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장은 “기존 연구 대비 통신 속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254㎞라는 장거리와 신호 손실이 큰 환경에서 달성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2000㎞ 이상의 장거리 양자 키 분배를 구현했으나 주로 위성 기반이었고, 대부분 극저온 냉각 장치를 사용했다”며 “이번 연구는 상용 통신망에서 작동하는 양자 통신을 구현해 상용화를 현실적으로 앞당겼다”고 강조했다.

양자 통신은 기존 인터넷의 한계를 뛰어넘을 양자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필수 조건이다. 양자 인터넷은 양자 통신, 양자 네트워크, 양자컴퓨터 기술 등을 결합한 초고속·초안전 통신망이다. 국방이나 금융, 의료와 같이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은 중앙 중계기를 중심으로 여러 송신자를 연결하는 ‘별 모양’ 네트워크 구조를 채택했다”며 “송신자만 추가하면 네트워크를 쉽게 확장할 수 있어 국가 단위의 양자 통신망 구축에도 적합하고, 나아가 유럽 전역, 전 세계 양자 인터넷 구축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01-w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260 민주, 홍준표 '명태균 의혹' 고발‥洪캠프 "허위사실" 맞고발 랭크뉴스 2025.04.24
48259 본궤도 오른 대법 '이재명 사건'…전원합의체 선고시기 촉각 랭크뉴스 2025.04.24
48258 "한동훈 왜 대통령 배신했나" vs "김문수 왜 같이 안 막았나" 랭크뉴스 2025.04.24
48257 [영상] “파파의 뜻 따르려” 4시간여 긴 줄도 마다 않고 마지막 인사 랭크뉴스 2025.04.24
48256 "친구 따라 먹다 기절"…학생들 시험기간 '이 알약' 주의보 랭크뉴스 2025.04.24
48255 [단독] 민주, 소상공인 3.5조 손실보상 추진…"추경 안되면 공약에 반영" 랭크뉴스 2025.04.24
48254 "이 기자 끌어내!" 우르르‥난리 난 전광훈 출마 회견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5.04.24
48253 검찰, 전 평택시장·의원 조사…'공천개입 의혹' 김여사 초읽기(종합) 랭크뉴스 2025.04.24
48252 [단독] 美 AI 투자 400억 손실 출자자들, VC에 집단소송 랭크뉴스 2025.04.24
48251 “설악산에서 여성 살해”…50대 열흘 만에 자수 랭크뉴스 2025.04.24
48250 "과체중이면 좌석 2개 사라"…비행기값 논란 부른 사진 한장 랭크뉴스 2025.04.24
48249 법원, ‘미아역 흉기난동’ 30대 남성 구속···“도망할 염려” 랭크뉴스 2025.04.24
48248 中 후판 반덤핑 관세 발효… 특수 품목 수요 업계는 발동동 랭크뉴스 2025.04.24
48247 한동훈 "계엄 정당한가" 김문수 "탄핵 책임져야"…반탄·찬탄 설전 랭크뉴스 2025.04.24
48246 "'尹 탄핵' 본 검찰의 복수" 기습 기소에 분노한 문재인 랭크뉴스 2025.04.24
48245 "목걸이가 7000만원?" 논란의 중심에 선 명품 '반클리프 아펠' 랭크뉴스 2025.04.24
48244 전광훈, 선거도 못 나오는데 출마선언은 왜…돈? 영향력? 랭크뉴스 2025.04.24
48243 [단독]민주, 소상공인 3.5조 손실보상 추진…"추경 안되면 공약에 반영" 랭크뉴스 2025.04.24
48242 ‘전투기 촬영’ 10대 중국인들 무전기도 소지…국과수 감정 의뢰 랭크뉴스 2025.04.24
48241 머스크·베선트, 트럼프 면전서 “Fxxx”···‘WWE 하듯’ 백악관 복도서 다툼 랭크뉴스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