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중간평가
26일 호남·27일 수도권·강원·제주 최종확정
이재명 대세론 쐐기···90% 압도적인 득표율
의미없고 흥행없는 경선 평가지만 양김 선전
낮은 득표율에도 완주의지···"미래를 심는다"
26일 호남·27일 수도권·강원·제주 최종확정
이재명 대세론 쐐기···90% 압도적인 득표율
의미없고 흥행없는 경선 평가지만 양김 선전
낮은 득표율에도 완주의지···"미래를 심는다"
이재명(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순회경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을 마친 뒤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을 굳히는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이들 지역에 누적 득표율 89.56%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오는 26일 호남, 27일 수도권·제주·강원 경선까지 이재명 대세론에 쐐기를 박고 본선 채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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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육박한 이재명 누적득표율
이 후보가 김경수·김동연 예비후보를 크게 따돌릴 것이라고 봤지만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 새정치국민회의 경선에서 기록한 78.04%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기록한 83.97%를 모두 앞선 수치입니다. 2022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 당시 자신이 기록한 77.77%와 2024년 당대표 선거 때 85.40%도 상회하는 말 그대로 압도하는 득표율입니다.
아직 호남과 수도권, 제주, 강원 경선이 남아있고 일반국민여론조사도 50% 비중으로 경선 누적 득표율에 반영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재명 대세론을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뛰어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일부 친명 의원과 지지층 사이에서 두 후보를 겨냥해 의미없는 경선에 참전했다는 식의 조롱 섞인 비판을 듣게 됩니다. 다른 한편에선 지나친 이재명 쏠림 현상이나 기울어진 경선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경선이 컨벤션효과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재명 일극체제만 돋보이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다 일리가 있는 지적과 우려지만 남은 경선에 임하는 양김 후보들의 태도와 메시지, 정책에 눈길을 돌려볼 만합니다. 의미없는 경선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2025년 4월23일자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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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미래에 투표”·김동연 “다양성과 역동성”강조
24일 2차 TV토론 마무리 발언으로 김경수 후보는 “종자씨앗까지 다 털어먹으면 농사를 어떻게 하느냐”며 “다음을 위해 씨앗은 남겨두는 현명한 농부의 마음으로 김경수에게 투표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지금까지 걸어왔듯 차기 민주정부의 성공과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헌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투표도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습니다.
김동연 후보도 “더 큰 민주당, 정권 교체 이상의 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살아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제 옆에는 현역 의원이 아무도 안 서 있다. 처지와 어려움 이해하지만 때로는 어렵고 힘들다”면서도 “더 큰 민주당, 정권교체 이상을 하는 김동연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1차 TV토론을 포함해 현장 연설에서도 이들은 자기 정책과 정권교체 필요성에 목청을 높여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쏟아졌던 ‘스캔들·사법리스크·수박·백제·음주운전·조폭’ 등 네거티브가 완전히 사라진 겁니다. 가뜩이나 이재명 대세론 속에 치러지는 경선에 네거티브 조차 없으니 심심한 경선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뒤쳐진 후보로서는 네거티브 유혹이 없을 수 없지만 양김 후보는 완주하며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2025년 4월24일자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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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희(喜), 경남도민의 위로
서울경제신문은 22일과 23일 각각 김경수, 김동연 후보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변별력 없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비슷한 질문을 하고 후보 역시 크게 다를 것 없는 답변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아예 차별화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당신들의 희노애락을 말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중 특징적인 부문을 옮겨봅니다.
김경수 후보는 희(喜)의 사례를 뜻밖에 낙선했던 2014년 경남지사 선거를 꼽았습니다. 그의 답을 그대로 전달해 드립니다. “출구조사 예측이 36.6%(최종 득표율은 37.05%)로 나왔습니다. 상대 후보(홍준표)에게 지는 결과인데도 캠프에서는 마치 이긴 것 마냥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저의 인지도가 10%대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2012년 총선 낙선 이후 2년 간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 고생을 위로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의 정치 인생에선 아주 중요한 변곡점으로 낙선을 했는데도 기쁨을 느꼈습니다. ”
김경수 후보는 2년 뒤는 2016년 20대 총선(경남 김해을)에 출마해 62.38%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당선인 중 최고 득표율이었습니다. 이번 경선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란 어려운 형편입니다. 돌이켜 보면 인지도 10%에 불과했던 김경수 후보는 2018년엔 민주당 깃발로 첫 경남지사에 당선됐습니다. 김경수 후보의 현재 5%대의 누적 득표율은 다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
김경수 예비후보의 서울경제신문 인터뷰 온라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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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희(喜), 어머니의 “장하다”는 격려
김동연 후보는 희(喜)와 애(哀)에서 두번씩이나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줬습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19일 순회경선차 청주에 내려가던 길에 어머니와 통화한 사실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경선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청년 때 민주당의 열혈 당원이셨는데, 제가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 지금 갑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어머니가 한 번도 안 쓴 단어를 쓰셨는데, ‘장하다’는 말이었습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에게 받은 위로와 격려를 생각하다보니 인터뷰 도중에 마음이 출렁인듯 했습니다.
김동연 예비후보의 서울경제신문 인터뷰 온라인판
예상대로 가장 슬펐던(哀) 순간은 아이를 잃은 순간이었습니다. 김 후보는 “스물일곱 된 큰 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교로 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워싱턴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던 정직하고 착한 청년이었는데, 얼마나 정직했냐면, 중학교 때 친구들과 국어 과외를 할 때 선생님이 답안지를 우리 애한테 맡겨 놓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저는 그 애한테 엄했어요. 주문을 많이 했죠. 공부해라, 시간을 지켜라. 지나고 보니 그 나이 때 저보다 훨씬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믿고 맡겼으면 됐을걸. ‘공부 좀 안 해도 된다, 하고 싶은 걸 해라. 남을 사랑해라. 괜찮다.’ 라고 말이죠”
김동연 후보 눈물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유쾌한반란’은 가슴으로 낳은 또 다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 찬스'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실패를 두려워하지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서로를 공감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김경수·김동연 후보 모두 또 다른 미래를 심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유혹을 떨치고 정책선거와 자신의 스토리를 보여준 두 후보가 있어 흥행보다는 풍족한 경선이 되고 있습니다.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의 ‘속’사정을 ‘쏙쏙’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