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부터 소비량 크게 늘어나는 우산
일부 지자체, 우산수리센터 운영 중
"우산수리로 환경 지키고 자원재활용"
일부 지자체, 우산수리센터 운영 중
"우산수리로 환경 지키고 자원재활용"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수도권에 봄비가 내린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뉴시스
"우산 망가졌다고 쉽게 버리면 환경 오염되고 자원 낭비되잖아요. 고장 난 우산 고쳐 쓰면 지구를 보호할 수 있으니 좋지요."강동구 우산수리센터 방문객 권형식씨
꽃 피는 4월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 발걸음도 가벼워지는데요. 최근에는 이상 기후 여파로 날씨가 많이 변덕스러워졌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이다가도 후두둑 비가 내리기도 하고 특정 지역에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기도 하지요.
오락가락 날씨를 대비하기 위한 필수품이 바로 우산이죠. 봄철부터 늘어나는 우산 소비는 여름을 전후해 정점을 찍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일회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집에 쌓여있는 우산이 참 많습니다. 우산대가 조금 휜 것부터 손잡이 버튼이 잘 안 눌리는 우산,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새것이나 다름없는 우산까지.
21일 서울 강동구 우산수리센터에서 직원들이 망가진 우산을 수리하는 모습. 송주용 기자
한국에서 매년 폐기되는 우산은 4,000만 개 정도라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여기에 한몫을 한 것 같아 뒤늦은 반성을 해봅니다. 특히 우산에는 비닐, 플라스틱(손잡이, 우산대 연결고리) 등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부품들이 들어갑니다. 우산을 쉽게 버릴수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 지자체들이 우산을 수리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누가 우산을 수리해 사용할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고쳐서 사용
하고 있습니다."10분이면 고장 난 우산도 새 우산처럼"
21일 서울 강동구 우산수리센터에서 직원이 우산을 수리하는 모습. 송주용 기자
21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구 우산수리센터
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이 고장 난 우산이나 양산을 가져오면 훈련을 받은 작업자 세 명이 공짜
로 고쳐줍니다. 2012년 우산수리센터가 처음 설치된 이후 이달 16일까지 누적 방문인원만 3만1,197명.
새로운 생명을 얻어간 우산·양산 개수는 4만9,742개라고 합니다. 정재은 강동구 환경정책팀장은 "버려지는 폐우산을 수리 후 재사용해 탄소중립과 녹색생활을 실천하려는 취지로 우산수리센터가 설치됐다"며 "지난해에는 8월 한 달에만 1,000건 넘는 우산 수리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약 5분에 한 명씩 주민들이 고장 난 우산을 들고 우산수리센터를
찾았습니다. 강동구 주민 이영희(60)씨는 집에서 35분을 걸어 우산수리센터를 찾았다고 했는데요. 영희씨는 "우산이 바람에 뒤집힌 뒤로 우산대가 부러져 고장 났다"며 "그냥 버리기 아까워 수리센터에 가져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장 난 우산을 다시 고쳐 쓰면 결과적으로 비닐, 철, 플라스틱 같은 부품들을 재활용하게 된다"며 "우산을 재사용하는 작은 행동으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산 두 개를 들고 센터를 찾은 권형식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산을 그냥 버려버리면 쓰레기지만 고쳐 쓰면 환경에도 좋고 자원순환도 되는 것 아니냐"며 "이전에도 여러 번 우산수리센터를 찾아 우산을 고쳐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동구 우산수리센터 '우산 수리공'은 모두 지역 자활센터에서 인원을 선발해 총 12시간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우산 수리에 투입되는데요. 이들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1년 반 넘도록 우산수리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직원은 "간단한 우산은 10분이면 수리가 된다"며 "
우산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도 모두 폐우산을 재활용해 사용
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겐 아끼는 우산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 손으로 환경을 지킨다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리 사례를 물어보니 "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 하남, 구리 등 여러 지역
에서 우산을 고치러 찾아온다
"며 "우산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고 전했습니다.21일 강동구 우산수리센터에서 수리를 마친 우산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 송주용 기자
"찾아가는 우산수리센터, 칼도 갈아드려요"
18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에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바퀴달린서초 버스가 찾아간 모습. 송주용 기자
서울 서초구에도 재미있는 우산수리센터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부터 골목까지 구석구석 누비며
우산이나 양산을 고쳐주는
'바퀴달린서초' 버스
인데요. 18일 바퀴달린서초 버스를 만나러 서초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양손에 우산을 쥔 주민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우산 수리를 의뢰하고 있었습니다. 이 주민은 "우산을 두 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버튼이 안 눌려 우산이 안 펼쳐지고 다른 하나는 손잡이가 너무 끈적거린다"며 "고장 난 정도가 크지 않아서 폐기하는 것보다는 고쳐서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바퀴달린서초 버스는 특별한 서비스를 하나 더 제공하는데요. 바로 칼을 갈아주는 겁니다. 요즘은 직접 칼을 갈아 사용하는 집이 드물지요. 정혜경 서초구 생활보장팀장은 "뭉툭해져 버려지는 칼을 갈아줌으로써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도 보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 반응도 좋습니다. 이날 현장에서도 바퀴달린서초 버스가 자리를 잡기 무섭게 칼을 갈려는 아파트 주민들이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산을 고치고 칼을 가는 데 들어가는 돈은 단돈 1,000원입니다.
물론 우산을 고쳐 쓰고 칼을 갈아 쓰는 것이 이상 기후를 막는 데 당장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서 20년 넘도록 살고 있다는 주종희(72)씨는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쓰는 주민들의 작은 행동을 모으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첫걸음 같다"며 "앞으로도 우산은 고쳐 쓰고 칼은 갈아 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심히 버렸던 물건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다시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떼보면 어떨까요. 내가 사는, 혹은 주변 지자체 어디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는지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