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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르타의 집→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붉은 제의 입은 채 사흘간 일반 조문객 맞아
높은 제단 대신 눈높이 아래 바닥에 자리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채운 바티칸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자리해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사흘간 조문객을 맞는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23일(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한가운데 놓였다.
그는 이곳에서 사흘간 조문객을 맞는다. 그가 거주했으며 숨을 거둔 산타 마르타의 집을 떠나 이곳에 자리할 때까지 관이 운구되는 동안 라틴어로 된 성가가 반복됐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교황이 말씀 끝 자주 했던 말이다.

교황 조문은 23일 오전 11시 시작됐다. 교황을 배웅하고자 대기하는 줄이 바티칸 안팎에서 길게 이어졌다. 줄은 한 눈에 담기지 않았다. 인파로 인해 걷기조차 힘든 구간도 많았다. 조문은 23일 오전 11시~자정, 24일 오전 7시~자정, 25일 오전 7시~오후 7시 이뤄진다.

일반 조문 기간 내내 교황의 관은 닫히지 않는다.
가톨릭 장례에서 관을 열어두는 데는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뜻
이 담겨 있다. 교황은 붉은 제의를 입고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은 채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대성당을 찾은 이들을 맞는다. 관은 25일 오후 8시 닫힐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모습은 생전 그가 지향했던 것처럼 소박하고 단출했다. 관은 높은 제단이 아닌 바닥에 놓였다. 조문객 눈높이보다 아래에 몸을 누인 것이다. 교황의 관은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이었다. 세 겹으로 된 삼중관을 썼던 과거 교황과 달리 소박한 관이 선택된 건 그가 장례 절차 간소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장례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23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인 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운구 행렬을 보고 있다.


교황의 관, 운구 행렬 때도 열려 있어



대성당 안치에 앞서 교황의 관은 이날 오전 9시 산타 마리아의 집을 떠났다. 운구 의식은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패럴 추기경이 집전했다. 교황의 관 앞과 옆, 뒤로는 추기경들과 함께 교황을 보호하고 교황청 경비를 담당하는 스위스 근위대원이 자리했다. 관은 행렬 때도 열려 있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운구 행렬 때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종은 계속 울렸다. 교황은 산타 마르타 광장을 거쳐 조문객이 운집한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났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교황의 마지막을 지켜 봤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들고 있던 성서 속 구절을 읊조리는 이의 모습도 보였다. 교황이 자신의 근처를 지날 땐 박수도 나왔다.

23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난 이보나 하틀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준비한 장미를 든 채 운구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광장에서 만난 미국인 이보나 하틀리(46)는 "내가 선생으로 있는 가톨릭아카데미의 학생 30명과 부활절 미사(지난 20일)에 참석했는데 다음 날 선종 소식을 듣고 엉엉 울었다"며 "교황이 주에게로 향하는 길에 함께하고자 몇 시간 뒤로 예정된 뉴욕행 비행기를 놓칠 각오를 하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의 손을 잡을 기회가 생긴다면 전하고자 준비했었다는 붉은 장미가 들려 있었다.

장례식 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치



교황 장례미사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26일 오전 10시 엄수된다.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이 집전한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장례미사 참석을 위해 전세계에서 약 25만 명이 모일 것으로 이탈리아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후 교황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에 안치된다. 이곳에 안장되는 교황은 1669년 클레멘트 9세 이후 처음이다. 전임 교황 대부분은 사후 바티칸 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자리했다.

22일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진자들이 묵주 기도에 참석하고 있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을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했다. 로마=EPA 연합뉴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깊었던 교황은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대성당으로 알려진 이곳을 영원한 안식처로 직접 택했다. 성모 대성당 의전 책임자인 이반 리쿠페로 신부는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교황은 교황이 된 이후 125번이나 이곳을 방문했고 항상 꽃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22일 성모 대성당 앞에서 만난 로마 주민 아주라는 "어떻게 하면 더 내려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교황의 삶을 존경해 온 모든 이들이 앞으로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모 대성당은 교황을 맞을 준비로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본당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교황 사진이 놓였고, 그 옆에 방명록이 놓였다. 방명록에는 "늘 평화를 좇았던 삶에 감사를 표한다" "주의 곁에 평온하게 머무르기를 바란다"와 같은 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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