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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매장 내 키오스크 설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키오스크를 설치하려는데, 신규로 설치하는 경우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능이 내장된 기계를 쓰는 게 의무기 때문이다. 일반기기에 비해 가격이 3~7배에 달한다. 이씨는 “3년간 매장에 장애인분들이 한 명도 오신 적이 없었는데 일반 키오스크보다 훨씬 비싼 키오스크를 꼭 사야 하는 건지 고민스럽다”라고 했다.

정부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 도입 정책을 두고 자영업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설치 비용 부담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 1월 28일부터 근로자 100인 미만이면서 면적 50㎡(약 15평) 이상 식당과 카페 등은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기, 자동 출입 인증시스템 등을 설치하려면 점자와 음성 안내 기능 등이 담긴 기계를 써야 한다. 기존에 일반 기기를 쓰고 있다면, 내년 1월 28일까지 정부가 고시한 기준에 맞는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이 의무를 어기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모습. 뉴스1


“탁상행정” 논란 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경기 불황으로 힘든 자영업자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추가 부담을 지우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시행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 기준을 충족하는 기계를 쓰도록 규정하는데 이런 기기는 최저 340만 원에서 최고 700만 원 선이다. 일반 키오스크의 평균가(100만~200만 원대)와 큰 차이다.

중기부가 최대 5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을 고려하면 최대 5000곳 정도만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추산 설치 대상(3만8000여곳)에 턱없이 부족하다. 김종득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지부 구로지회 회장은 “기존에 정부의 스마트상점 지원을 받아 키오스크를 설치한 분들은 중복 지원이 안 돼 자부담으로 전부 교체해야 한다”라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설치 수요가 나왔을 때 시중에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준비가 덜 된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과기부 인증을 받은 키오스크 생산업체는 3곳으로 연간 생산 능력이 5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테이블 오더기는 아직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제품이 시장에 없다”라며 “여러 가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당장 내년 과태료를 매기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 시민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모습. 뉴스1


부처 입장도 엇갈려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고려해 정부는 상반기까지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여러 부처가 얽혀있고 부처마다 입장이 엇갈려 협의가 난항을 겪는 중이다. 해당 법은 복지부 소관인데 배리어프리 기술 기준 관련 검증 주체는 과기부, 보급 지원은 중기부다. 차별 행위 신고가 들어왔을 때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과태료 부과는 법무부가 맡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알고 있다”라면서도 “장애인계 쪽에선 여전히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함이 있으니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민원이 많아 절충이 쉽지 않다”라고 했다. 중기부 등은 이 법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키오스크 음성안내를 의무화 하는 등 비슷한 규정을 담은 과기부의 지능정보화 기본법 시행령은 소상공인의 과태료를 면제하고, 보조인력을 뒀을 때는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비슷한 2개의 시행령이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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