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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범 “의사가 죽이려 해 범행”
112 직접 신고·경찰에 “담배 한대만”
의료기관 등 협력 위험군 파악 필요
지난 22일 소방대원들이 미아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고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 독자 제공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의 한 마트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벌어진 칼부림 살인 사건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3년 신림역과 서현역 등에서 잇따라 참극이 벌어진 이후에도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남성 A씨는 22일 오후 6시20분쯤 환자복을 입은 채 마트에 들어가 술을 꺼내 마신 뒤 판매 중인 식칼 포장을 뜯어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으로 60대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숨졌으며 마트 종업원인 40대 여성은 어깨 부근에 부상을 입었다.

미아역 마트 인근에서 23일 만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가 입원했던 병원 관계자는 “A씨는 지난 21일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아 오늘 퇴원 예정이었다”며 “병원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점 주인 이모(56)씨는 “전날 저녁 누군가 살려 달라는 외침에 밖으로 나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며 “지금도 누가 뒤에 서면 나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 겁이 난다”고 말했다. 장수연(31)씨는 “당분간 외출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출동한 경찰에게는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가자”면서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입원해 있는 병원 의사가 나를 죽이려 해 자살을 하려 했다. 그러다가 혹시 내가 죽을까 겁이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1차 조사만 진행한 상태로, 구체적인 정신질환 병력 여부 등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이상동기 범죄를 막기 위해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2023년 신림동, 서현역 등에서 흉악범죄가 발생한 이후에도 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세워지지 않았다”며 “처벌에 초점을 맞춘 대안만 내놓다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지자체, 복지 당국, 의료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이상동기 범죄 관련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우선 범죄의 개념과 유형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범죄 개념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범죄 유형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범죄유형의 필수요소가 무엇인지 구체적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계를 관리해 심층적인 범죄분석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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