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교황이 선물한 반지 강도 당하자
프란치스코 “몸은 괜찮나” 새 반지 선물
프란치스코 “몸은 괜찮나” 새 반지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 지난해 8월 티브이엔(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유흥식 추기경. AFP 연합뉴스, 티빙 갈무리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받은 반지를 강도에게 뺏겼지만 외려 강도를 축복한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8월 티브이엔(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지난 21일 선종한 교황과의 일화를 전했다.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아, 찾았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로마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교황을 뵀다면서 “2021년에 뵈니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에서 선교했던 어떤 신부님이 계셨다. 어려움을 겪고 로마로 돌아간 이탈리아 신부님인데, (교황이 그분에게) ‘어려울 때 어떻게 이겨냈냐’고 물으니까 ‘라자로 주교(유흥식)와 계속 이야기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말했다고 하더라”라며 “(교황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찾고 있었는데 ‘아, 찾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교황의 장관직 제안에 유 추기경은 “(교황에게) ‘저는 여러 나라 말을 못 한다. 교황청을 잘 모른다. 저기 변방 시골의 주교다’라고 했더니 교황님이 ‘이태리말 잘하지, 영어 하지, 됐어. 교황청 와서 배우면 돼. 주교님이 오셔서 분위기를 가정적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그렇게 한국인으로 처음 교황청 장관이 됐고, 이듬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2022년 8월27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추기경과 포옹하고 있다. <평화방송>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2년 8월 추기경 서임식이 열렸을 때 교황이 유 추기경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전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더니 교황님이 깜짝 놀라시며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라고 하면서 (저를) 꼭 껴안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반지를 줬다고 한다.
“그 강도가 잘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반지를 강도에게 뺏긴 과정도 유 추기경은 들려줬다. 이탈리아에서 어느 신부를 만나러 갔는데 그 집에 두건을 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찬 강도가 들이닥쳤다고 한다. 유 추기경은 “(그래서) 손을 들고 있는데 금빛 시계를 (내가) 차고 있었는데 그게 만원이나 하나 모르겠다. 그걸 (달라길래) 빼서 줬는데 손을 보더니 ‘아넬로!’ 반지라는 뜻이다. ‘교황님이 나한테 준 건데?’ (했는데도) 아넬로를 내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그렇게 반지를 빼앗아 가는 강도를 향해 “하느님이 너를 축복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강도가) 딱 쳐다보고 갔다”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다른 건 다 그런데 교황님이 주신 반지가 아까웠다. 교황에게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니 교황이 ‘몸은 괜찮냐’고 했다. ‘멀쩡하다’고 했더니 이튿날 반지를 하나 새로 주더라”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손에 낀 반지를 내밀면서 “이게 그 반지다”라며 웃었다.
유 추기경은 “왜 강도에게 축복을 빌어줬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반지를) 가져다 쓰고 그러고 나서 좀 (강도가)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또 얼마나 좋냐? 교황님이 다시 또 주셨으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행인 게 지갑을 안 가져갔다. 지갑 속엔 신용카드도 있고 신분증도 있고 돈도 있다”며 “또 휴대폰을 가져가면 야단인데, 안 가져갔으니 얼마나 감사하냐”며 또다시 환히 웃었다.
2014년 8월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역에 도착해 유흥식 추기경과 함께 대합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 추기경은 2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후임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12명의 후보를 선정했는데, 유 추기경은 11번째로 거론됐다.
콘클라베는 선종일로부터 15~20일 안에 열리는데, 80살 미만의 추기경들이 참여할 수 있다. 유 추기경은 1951년생으로 올해 만 73살이다. 추기경단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거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