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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표’에 ‘솔표’까지 인수, 한동안 시장 독점
익수제약에 국내 1위 뺏기고 점유율 급락
해외선 브랜드 도용 피해에도 속수무책
“브랜드 관리, 마케팅 실패” 지적 잇따라

광동우황청심원/광동제약 제공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던 광동제약이 최근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소 제약사 익수제약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시장 주도권을 뺏겼고, 해외에서는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에서 판매 수량 기준 1위는 419만6564개의 익수제약 ‘용표우황청심원 익수’로 집계됐다. 광동제약의 ‘광동 우황청심원’의 407만7570개를 훨씬 앞선 수치다. 2016년 이래 국내 시장을 독점해온 광동제약이 처음으로 1위 자리에서 내려앉았다. 가격이 비싸 매출액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나마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황청심원은 소의 담낭이나 담관에 생긴 결석으로 만든 한방약품으로,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을 찾아준다고 한다. 중국에선 우황청심환이라는 이름으로 12세기 송나라 때 의서에 나오며, 한국에서는 우황청심원으로 15~16세기 의방유취, 동의보감 등 의서에 남아 있다.

조선무약은 1960년대에 ‘솔표 우황청심원’을 출시하면서 국내 우황청심원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광동제약은 1973년 ‘거북표 원방우황청심원’을 출시했다.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은 생전 회사 성장을 이끌 제품으로 우황청심원을 지목했다. 조선무약이 경영난으로 2016년 파산하자, 광동제약은 솔표 상표권을 37억원에 사들였다.

시장을 양분하던 솔표와 거북표를 모두 가진 광동제약은 우황청심원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1991년 미국과 일본, 2012년 베트남에 수출하며 해외에서도 대표적인 우황청심원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광동우황청심원 매출은 2020년 302억원, 2021년339억원, 2022년 390억원, 2023년 395억원 등으로 매년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이 293억원으로 대폭 떨어지며 위기가 닥쳤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22년 79%에서 지난해 59%로 내려 앉았다. 반면 익수제약은 배우 황정민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과 공격적인 유통 전략, 가격 경쟁력으로 광동제약을 바짝 추격했고, 결국 지난해 판매 개수로 1위를 차지했다. 덩달아 익수제약의 우황청심원 매출도 2023년 90억원에서 2024년146억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해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20년대부터 해외 시장에서 광동제약 제품명을 도용한 모조품이 확산됐다. 특히 베트남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이 거북표 상표와 포장 디자인까지 그대로 모방한 짝퉁 제품을 유통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우황청심원이 제조되는 동남아 불법 공장을 직접 적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제품 사용 설명서와 가짜 정제·압축기, 포장박스·제품 자동 포장 기계까지 발견돼 조직적인 위조 범죄로 드러났다.

업계는 광동제약이 해외에서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에 걸맞은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 브랜드일수록 현지 유통 상황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며 “속수무책으로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한국 제품임을 알릴 수 있는 제품 스티커 등을 부착해 홍보하고 소비자가 위조 제품과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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