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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4·26추모공원에서 일명 '우순경 총기 사건'의 위령제가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982년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발생한 ‘우순경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제에 경남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공식 사과를 한다. 56명이 죽고 34명이 다친 우순경 사건이 발생한 지 43년 만이다.

의령군은 오는 26일 우순경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의령 4·26 위령제’에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참석한다고 23일 밝혔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위령제에서 김 청장이 ‘유가족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순경 사건 관련) 사과와 위로, 재발 방지 등을 말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파출소(치안센터) 옆에 있는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들고나와 궁류면 4개리를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이 바람에 사상자 90명이 발생했다.

당시 우 순경은 토곡리 지서와 우체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집이 있는 압곡리 매곡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뒤 불이 켜진 집이나 사람이 모인 집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이날 우체국에서 당직을 서다 사망한 집배원 전종석씨 유족은 “잠을 자고 있는데 따닥따닥하는 총소리가 나서 처음엔 간첩이 온줄 알았다. 숨어서 지켜보니 우 순경이 불 켜놓은 집이면 다 들어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총을 쏘는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지만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우순경 사건 희생자가 많이 나온 매곡마을 모습. 위성욱 기자

당시 알려진 우순경의 범행 동기는 믿기 힘들 정도로 황당했다. 당시 매곡마을에서 전모(여·당시 25세)씨와 동거하던 우 순경이 야간 근무를 앞두고 집에서 낮잠을 잤다. 이때 우 순경 가슴에 파리가 붙었다. 전씨가 이를 잡겠다고 손바닥으로 우 순경 가슴을 쳤는데 놀라 깬 우 순경과 전씨가 크게 싸웠다. 이후 야간 근무를 위해 지서로 간 우 순경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 순경이 쏜 총에 맞은 동거녀 전씨는 이런 내용을 진술한 뒤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우 순경은 매곡마을에서 600m 떨어진 운계리 궁류시장, 여기서 다시 2㎞ 정도 떨어진 평촌리 한 상갓집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고 산속에 숨었다. 다음날 오전 3~4시쯤 평촌리로 다시 내려와 서모씨 집 일가족 5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우 순경 사건은 단시간 최다 살인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발생 일주일 후 사실상 언론보도가 사라졌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 하에서 보도 통제가 되면서다. 이후 사건 발생 42년 만인 지난해 우순경 사건 희생자에 대한 첫 위령제와 추모식이 열린 데 이어 올해 위령제에서 43년 만에 경찰의 공식 사과가 나오는 셈이다. 올해 위령제는 ‘의령 4·26 추모공원’ 준공식도 함께 열린다.
지난해 4월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일명 '우순경 총기 사건'의 위령제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오태완 의령군수가 '우순경 사건 위령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태완 의령군수는 “우순경 사건은 공권력 상징인 경찰이 저지른 만행인 만큼 국가의 책임이 있는데 사건 발생 43년 만에 경남 경찰청장이 위령제에 참석해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은 참 용기 있는 행동이고 고마운 일이다”며 “올해 완공된 추모공원이 우순경 사건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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