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보도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모스크바와 키릴 러시아 총대주교, 포르피리예 세르비아 총대주교와의 회담에서 앉아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만 갖고 전쟁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주 전체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달라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러시아는 이 네 곳 일부 지역만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에게 러시아가 아직 점령하지 못한 4개 주의 나머지 부분은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크라이나 4개 주 일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고,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영유권을 인정해 주는 선에서 종전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푸틴은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주 병합을 선언했지만, 당시에도 다 점령하진 못한 상태였다. 사실상 정치적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예컨대 자포리자주 같은 경우 러시아는 지금까지 이 지역 전체를 점령한 적 없지만, 계속해서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왔다.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의 주도는 장기 점령 중이다.
문제는 크림반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우크라이나 영토”라며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협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도 미국이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주고,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 주 일부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실효적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의 ‘마지막 제안’을 제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쪽 관계자는 미국의 제안이 러시아에만 유리하다며 “러시아가 얻을 실질적 이익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한 반면에, 우크라이나가 얻을 것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일반론으로 말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대표단은 23일 런던에서 정전 협정 논의를 위해 만날 예정이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윗코프 특사는 일정상 불참 뜻을 밝혔다. 또 다른 특사 키스 켈로그가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