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식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보수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지난달 13일 채널에이(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서 대담을 하는 모습. 채널에이 유튜브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보수 논객들을 만나 “대통령이 되면 일체의 이념 문제는 안 다루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함께 이 후보를 만난 사실을 전했다. 세 사람은 21일 서울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일체의 이념 문제는 안 다루겠다”며 친일파 문제, 과거사 문제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할 형편도 안 된다”, “우선 먹고 살고 봐야지”라고 이 후보가 말했다고 정 전 주필은 전했다. 정 전 주필은 “깜짝 놀랄 이야기”라며 “우리나라 진보파와 보수파 간에 격돌이란 게 과거사 문제부터 먼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장관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고 한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는 등 최근 집중하고 있는 우클릭 행보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새 정부는 넓게 인재를 구하겠다”며 “업계 출신이 많아지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정 전 주필은 “금융감독원장이라 하면 금융시장이 업계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며 지난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전 주필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고민이 꽤 평균적인 중앙선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득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성장 배경 탓에 이 후보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클 것이라는 보수층의 막연한 우려도 대화 주제에 올랐다. 정 전 주필은 이 후보의 성장 환경 등을 언급하며 “분노, 화가 이 후보 가슴 속을 채우고 있을 것 같았는데 언제 거기서 벗어났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는 “작년 재작년 정도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연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을 강이나 하천과 같은 자연물로 보면 피해서 가고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 분노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게 정 전 주필이 전한 이 후보 발언의 취지다.
정 전 주필은 이 후보가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던 대학 선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근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는 일화를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