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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미스터리죠. 실적 1위의 회사인데 영전설이 나와도 모자라잖아요. 그런데 사퇴설이라뇨.”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흉흉한 소문이 돈다. 김성환 사장의 사퇴설이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지만 안팎에선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별도 영업이익 1조2836억원, 순이익 1조원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실적 1위다. 그런데도 최고경영자 교체설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단순한 루머가 아니라 축적된 리스크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어음에 대한 과도한 의존, 고강도 성과주의 논란 등 현재 회사가 마주한 구조적 리스크들이 사퇴설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IMA 개편안의 타깃?“모험자본 늘리고 부동산 줄여라.”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개편안은 이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보장 조건으로 예탁금을 받아 기업대출·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사업자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한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단 두 곳뿐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을 추가 발행해 자기자본 10조원을 넘기며 증권사 자본 기준 1위에 올라섰다.

당국은 이 제도의 본래 취지인 혁신기업 자금 공급에 충실하라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발행어음의 조달액 일부를 스타트업 등에 투입되는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고 이 공급의무 비율은 오는 2028년까지 25%로 높였다. 대신 부동산 운용 한도는 2027년부터 10%까지 낮췄다.

종투사 제도의 취지와 달리 그간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 대신 부동산 P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만 쏠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한국투자증권의 현재 운용 구조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7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93%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2021년 말(8조4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발행어음 허용 한도를 사실상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잔고 구성을 보면 기업금융 10조2000억원, 부동산 2조6000억원, 기타 4조6000억원이다. 부동산 비중이 낮아 보이지만 핵심은 ‘운용 자산의 질’과 ‘차환 위험 구조’에 있다. 발행어음은 전액 1년 내 만기의 단기성 자금인데 실제 운용 대상은 부동산 PF, 비상장 지분, 장기 대출 등 고위험·저유동성 자산이 다수다. 이른바 단기 차입-장기 운용의 미스매치 구조다.

한국기업평가도 “부동산·인프라, 기업 지분증권 등 운용자산의 리스크 관리 수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자산·부채의 만기 불일치와 차환 위험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총동원해 고위험 자산에 투입해온 운용 구조 자체가 IMA 규제 강화의 직접적 배경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종투사들이 한도를 남겨두거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자산을 운용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구조가 종합금융회사(옛 종금사) 부실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금사들이 발행어음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연쇄 부도로 이어졌다. 당국에서 이 구조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발행한도를 자본의 2배로 제한한 규제가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과도한 몸집 불리기?그런데도 한투증권은 편법을 동원해 발행어음을 늘려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지분을 그룹 내에서 이동시키며 회계상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 한국투자증권은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23.2%와 4.0% 인수했다. 취득 금액은 총 3조4000억원. 이 거래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대규모 주식매매가 일어났지만 카카오뱅크의 주주구성에는 실질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주식매매 이전에나 이후에나 계열사 합산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율이 27.2%로 동일했다.

이 주식매매 이후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은 2022년 9월말 기준 6조2000억원이었으나, 계열사들의 주식매각이익발 배당금과 유상증자자금 유입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몸집 불리기가 위험 투자와 차입금 증가로 이어져 잠재적인 건전성 위험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를 ‘이례적인 자본거래’로 평가하며, “실질적인 자본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투자와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 종합적인 재무안정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5조7000억원 규모의 회계 오기재 역시 한투증권의 무리한 외형 확대 전략과 느슨한 내부 통제가 빚어낸 구조적 리스크의 일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투증권은 지난 3월 21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치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했다. 내부 회계 오류로 인해 영업수익(매출)이 기존에 공시했던 수치보다 5억7000억원가량 줄었다. 회사 측은 단순 실수이며 매출과 비용이 동일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이번 오류는 단순 기재 실수로 치부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회계심사에서 중과실, 고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조사 강도가 높아지는 감리로 전환된다.
“성과 1위, 사기 최저” 반응‘성과 1위’ 이면에 과도한 경쟁 압박과 강압적인 평가 체계가 있었다는 내부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한투증권의 강도 높은 경쟁 문화는 성과주의 중심인 여의도에서도 유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정규직을 대상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해 하위 등급을 받은 저(低)성과자끼리 묶어 또 그 안에서 성적을 가른다. 성과는 곧 인센티브다.

지난 4월 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투신해 숨진 40대 직원 A 씨 역시 이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 하위 평가를 받고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과 지인 측 주장에 따르면 A 씨는 낯선 업무를 인수인계 없이 맡은 뒤 상사의 지속적 질책에 시달렸고 공황장애 증세로 응급실까지 실려갔다가 퇴원 후 다시 출근했다. 사고 전일은 인센티브가 지급된 날로 알려졌다.

조직문화와 성과 압박에 대한 내부 비판은 커지고 있지만 회사는 ‘화합’을 명분으로 예정된 행사를 강행할 계획이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주관의 전 계열사 통합 페스티벌이 5월30~31일 양일간 예정돼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조직 결속을 위한 자리지만 ‘지금 그럴 때인가’라는 냉소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고 실적인데 직원 사기는 최저”, “말도 안 되는 목표와 실행 방안이 소설 수준”, “페스티벌 취소해야 한다” 등의 글들이 잇따른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의 지난해 3월 5일자 칼럼이다. 그는 “증권사의 대형화와 사업구조 다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은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제 대형 증권사에게는 권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썼다.

과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같은 위기 때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그 중심에 증권사가 있었다. 이 본부장은 “경제 시스템 내에서 위상 과 힘이 커진 증권사가 그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떠한 부분을 개선 해 야 할지 깊은 분석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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